첫 시작은 이러하다. 회사에서 친한 언니와 장난치다가, 컵이 넘어져 물을 좀 쏟았다. 다행히, 맥북은 멀쩡하나, 콘센트에 들어가 갑자기 인터넷도 꺼지고, 내 모니터도 꺼지고.. 그래서, 강제 퇴근했다. 멍했지만, 그래도 그냥 그런가부다 했다.
두번째는 이러하다. 작업실에 와서, 부엌 정리를 하다가, 아끼던 컵을 깼다. 정말 정신을 못차리겠군. 아직 고민 중이다. 저걸 붙여야하나. 버려야 하나. 아무래도 내일 결정할 것같다. 오늘은 회피다.
마지막이길 바라는 세번째는 이렇다. 뭔가 갸우뚱 거리는 날이라, 안되겠다. 뛰고 오자 싶었다. 네이버 날씨로 본 우리 동네는, 밤 11시에 비온단다. 아까 퇴근 길에도 소나기가 와서, 혹시 몰라 헌 운동화를 신고 문을 열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가니, 바람이 솔솔 분다. 와, 뛰기 좋겠네. 몇 발자국 걸으니, 친한 k에게 전화가 왔다. 수다를 떨며, 중랑천까지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k에 말했다. 어, 비오는데? 어.. 어....? 점점 굵어진다. 하늘을 한 번 보고, 다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렸다.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핸드폰을 들고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뛰었다. 아뿔싸. 오늘의 두번째 소나기. 밥을 먹어야하는 k와는 전화를 끊고, 나는 우선 집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집이 작업실보다 가까웠다. 비가 잦아들 때쯤, 뛰어서 집으로 갔다. 우산을 들고 다시 작업실로 갔다. 이런 아이러니. 우산 쓰고 가는 데, 비가 그쳤다. 정말 소나기구나.
이왕 운동을 하기로 했으니, 작업실에 와서 바로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것이다. 오늘 여러 일이 있었다. 한 가지라도, 속상하면 속상한 거겠지. 내 마음이 지금 메말라 있었다면, 쌍욕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냥 크게 숨을 쉬어본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이게 뭐 죽고 사는 문제들은 아니잖아.
오늘의 가장 기억 남는 장면은! 통화하면서 본 하늘. 구름이 먼저 도망치는 걸 본 것. 그렇게 빨리 가는 구름, 오랫만에 만났네. 그 장면이 귀여워!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나네.
웃음이 났으니, 오늘은 괜찮은 날이지 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