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어디로 가요?” 올 여름, 여러 명이 물었다. 나는, 언제나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여름에 꼭 가야 하나요?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1박 2일씩 어딘가로 다녀와요.” 그리고 나도 기억이 안 나서, 다이어리를 폈다. 회사 5번, 언니네 2번 빼고는 11번 다녀왔다. 앞으로 예정된 것만 3번이 더 있다.
세고서 나도 놀랐다. 많이 가네. 내 여행의 목적은 관광도 먹거리도 아니다.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내가 매일 지내는 곳, 집, 작업실, 회사, 교회 등에는 내 생각들이 떠돌아다닌다. 거기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의 소용돌이가 잠시 잠잠해지고, 다시 일상을 살 힘이 생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또한 생각의 전환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 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 그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감각이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이 마음이 맞고 편해야 여행이 즐거울 확률이 아주 높다. 얼마 전에 간 강릉여행도, 함께한 이들이 내가 말을 안 해도 내 감정을 느낄 만큼, 날 너무 잘 알아서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숙소. 어느 곳에서 머무는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는 한옥이다. 재밌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좋다. 매번 같은 각진 공간, 매력 없는 그런 공간은 아쉽다. (물론, 그런 곳도 간다. 숙소가 1순위는 아니기에) 그리고 뚜벅이로 갈 때는 기차표 끊는 것이 세 번째로 중요하다. 정확히 한 달 전에 끊는다. 이렇게 세 가지를 준비하고 나면 나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같이 가는 사람이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그걸 함께하면 좋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네들도 독립책방이나, 소품샵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걸 같이 구경하고 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간다. 여행지에서 책이나 옷을 사기도 한다. 그것도 다 추억이 되거든.
먹는 것도 중요하지 않기에 해산물을 전혀 못 먹는 사람과 바다에 가서 중식이랑 편의점 음식만 먹어도 난 좋다. 회 좋아하냐고? 좋아한다. 여행의 목적이 그게 아니니까 안 먹어도 상관없다. 그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여행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 당연 바다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에 함께 가는 사람과 나의 상황이 안 되면 바다를 안 가기도 하지.
결국 나는 사람이 좋은가보다.
나와 맞는 사람.
공명이 일어난 그런 사람.
그게 내 여행의 조건이고,
숨 쉴 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