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소원은 10kg 감량이었다. 뚱뚱은 아니었지만, 평생 통통하게 살아서, 나도 말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나도 흐르고.. 태어나부터 아픈 곳이 많았지만, 그 가짓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 그러더니 어느새, 아뿔싸. 소원이 반대로 이루어졌다. 지니 나빠. 10kg 증가. 젠장. 그래. 막 살자. 막 살아. 그랬다.
나는 안아픈 날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건강했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힘들어하는 모습에 공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 아픔에도 둔감한 편이다. 의사가 나를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좋아하던 우유가 안맞기 시작했다. 소화 잘되는 우유를 먹다가도 그래서, 두유로 갈아탔다. 소화가 안되서, 거의 매일 아침마다 메스껍고, 헛트림나오고 헛배가 부르곤 했다. 그게 사실 일상이었다. 그런가부다 했다. 어느날, 지인 소개로 한의원에 갔다. 갔더니 두런두런 내 이야기를 묻는다. 그러다가 ‘두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여러 번 가요.’ ‘그럼, 안먹으면 되지 않아요?’ ‘아.. 아직 사놓은 게 남아서.’ ‘..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뭐가 안맞거나 불편하면, 안하는데..?’ 이후에 나누었던 긴 상담에서도 나는, 왠만한 고통을 잘 참는 편, 아니 둔감하다는 걸 알았다.
둔감해도, 너무 오래도록, 소화가 안되는 건 좀 갸우뚱하긴 했다. 어쩌다가 내 체질이 고기나 밀가루, 우유가 잘 안맞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2월부터 먹는 걸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출근하는 날엔 약속없으면 무조건 샐러드를 사먹었다. 도시락 싸오는 동료들이 있고, 외부 식당은 너무 시끄러워, 사무실에서 먹는 게 좋았다. 사무실 사람들은 관리하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난 나가 먹는 것보다 더 좋고 맛있어서 그런 건데.. ㅎㅎ 속도 편하고. 그리고 작업실에서도, 채소찜을 먹거나, 토마토소스에 야채를 끓여 먹는 날이 늘어갔다. 속이 더욱 더 편해졌고,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7월부터, 런데이앱을 다시 시작했다.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을 몇년간 성공을 못했다. 이제 한번은 제발 성공해보자 싶어서, 했다. 바로 지난 주 일요일. 24회차까지 끝을 냈다. 오늘은, 앱 없이 30분 쉬지 않고 달리고 왔다. 물론, 잘 달리지 못한다. 이게 걷는거냐 뛰는거냐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니까 좋다. 체력이 생각보다 좋아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 해소되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10kg이 감량되었다. 다시 찔까? 라는 걱정이 이번엔 그닥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거나, 먹고 싶은데 참거나 하는 게 있었는데, 사실 지금 그게 없다. 적당히 먹는다. 제한하냐고?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기에 끊을 생각이 없다. 내가 먹고싶은 건 먹는다. 밀가루가 속을 불편하게 하니까, 쌀식빵 사다 먹는다. 단백질 쉐이크도 내 입맛에 맛있어야 먹는다. 초코라떼 맛이다. 그래서 먹는다 ㅋ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페이스가 좋아지냐 나빠지냐, 하루 몇 km 뛰냐 거나 그런 거 궁금하지 않다. 경쟁심이 원래 없다. 내가 만족스럽고, 안다치는 게 더 중요하다. ‘속도 유지’ 를 마음 속으로 외치며 뛸 뿐이다.
내 감정의 널뛰기는, 숨막히게 통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저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긴다는 게 기쁘다. 앞으로 더 뺄꺼냐고? 나도 모른다. 목표가 없다. 그냥 나는 지금의 습관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늘 하루씩 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