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동굴에 들어가지 않나. 이유는 각자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도 그렇다. 혼자 있을 때 들어가면, 들어간 이유도 나오는 이유도 걸리는 시간도 다 상관없다. 그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들어갈 때가 문제다. 그때도 들어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잠시 생각해보면, 나의 말과 행동이 이해받지 못하거나, 공감받지 못할 때가 많다. 아니면 상대방의 행동에서 비롯된 어떤 생각에서 피어난 슬픔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것도 결국, 나는 사랑받지 못해. 라는 생각의 동굴로 들어가게 한다.
그렇게 동굴로 들어가면, 나는 혼자다.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혼자라고 여긴다. 그리고 어차피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니까, 나의 침묵을 알아차리지 못할 꺼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동굴 안에서 뒹굴뒹굴 혼자 흙 묻히고 물 묻히고, 난리를 핀다. 아무도 모를 꺼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모두는 아니어도 누군가는 눈치채는 것을 알았다. 그건, 이미 동굴에 들어간 상태에서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뒤에 그 자리에 있던 눈치 챘던 사람이 말해준다. ‘그때 왜 그랬어?‘ 이미 시간이 다 지나고, 물어본 그때는 이미 동굴에서 나온 한참 뒤 이기에. 나는 말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때의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도 없다. 물어본 상대가 나와 공감이 되는 상대인가 아닌가에 따라 깊이를 달리해서 말한다. 그렇게 언제나 지나고 간헐적으로 누군가 물으면, 어머 내 동굴을 눈치 챈 사람이 있었네? 어이쿠. 라고 깨닫곤 했다.
이번에 또 그런 일이 있었다. 함께 있는데, 나는 또 동굴에 갔다. 차를 타고 갈 때, 음악을 듣고 가니까 내가 조용히 있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꺼라고 무의식 가운데 생각한 걸까. 그렇게 조수석 자리에서 동굴을 한참을 해메고 있는데, 운전하던 친구가 말했다. 사실, 정확한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잠들어 있는데 흔들어 깨우는 것처럼, 그 친구의 말이 내 정신을 깨웠다. 잘못하다 들킨 사람 마냥 그랬다. 그런데 그리고나서 무겁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친구 덕분에 동굴에서 서서히 걸어 나왔다. 부끄러워서, 동굴에 들어간 이유는 말할 수 없었지만,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처음이었다. 동굴에 있는 그 순간 누군가 ‘나와’ 라고 외쳐준 것이. 언제나 나는 그 동굴에서 끝까지 한참을 헤매고 버티다가 알아서 기어 나왔다. 나오고 나서야, 동굴에 간 걸 눈치 챈 사람 중에 소수만이 ‘너 거기 왜 갔던거야’ 라고 묻곤 했었는데...
이 경험이 내겐 귀하다. 앞으로 나는 또 동굴에 들어갈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황이 왔을 때의 대처는 달라져야겠다고 처음으로 다짐해본다. 물론, 함께하는 이들이 어떠냐에 대해 대처 또한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든 그냥 있으면 안되는 것임을 깊이 깨달았다.
동굴.
다행히, 저 끝에 희미하게 빛이 보인다.
손짓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게 사람이든, 바람이든, 스스로이든.
있다.
끝에.
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