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니

by 주렁양



치과에 갔다. 금니가 오래되어, 위로 좀 올라와있단다. 잇몸과 금니 사이에 좀 벌어져 있었고, 안으로 썩어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금니는 갈아야할 때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금니를 뺐다. (곧 팔 예정이다. 신난다) 금니에 제거된 내 치아를 찍어서, 보여줬다. 누런이 흰이 인가 싶었는데, 금니가 감추었던 이는, 헐.. 색이 더러웠다. 부분 부분 검게 되어 있었다. 그 치아 사진을 한참 보았다. 참.. 별루다 라고 생각하면서.


치아 모양 본을 뜨고, 임시 치아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줬다. 이건 잘 깨진단다. 딱딱한 거나 끈적이는 거 먹지 말란다. 일주일 뒤에, 다시 새로운 이를 씌울 예정이다. 이번엔 금니는 아니고, 이와 비슷한 색깔이란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오랫동안, 반짝반짝 빛이 나보이던 금니 아래에, 썩어가는 내 진짜 치아.


SNS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모두 잘나고 잘살고 그런 것처럼 보인다. 사실 난 그걸 보고 부러워한 적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보고 상실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내가 가장 유심히 보는 건, 언제나 ‘나’다. 겉으로 볼때는, 멀쩡해보이겠지. 내 속은 사실 썩어가고 있는데. 물론 모든 부분이 썩어 가는 건 아니겠지. 내 진짜 치아도 모두 검지는 않았다. 부분 부분. 좀 크게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랬다. 내 안에도 그렇게 썩어가는 부분이 있다. 도려내야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도려낼 자신도, 그 썩은 부분이 없이 살 자신도 없다.


이를 다시 씌우고, 살다가 나중에 더 더 썩으면, 내 진짜 치아는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말했다. 썩으면, 결국, 도려내야한다.


내 안의 썩은 부분도 언젠가는 도려내야한다. 지금은 아무런 자신도 없지만, 언젠가. 그 언젠가는 도려내야지. 금니로 가려도 소용없어. 언젠가는 썩은 내가 진동할테지.


눈 딱감고,

도려내야지.


언젠가.

그 언젠가.






매거진의 이전글좁은 길 다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