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라

by 주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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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에 갔다. 가기 전부터 여긴 어디지 싶었다. 우아라? 코스 요리. 이런 건 처음이야. 긴장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솥밥을 먹는데.. 들려오는 소리는 가히 내게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상대가 샤이하게 말했지만, 이미 다 결정된, 통보가 내게 들려왔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라고 했지만, 그건 ‘이미 결정한 거에요.’ 라고 들렸고, ‘아,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라고 말했다. 맛난 밥을 얻어 먹고 나와서 만난, 가을 하늘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울며 거리를 배회했다. 하필 회사 일이 많은, 바쁜 날이었다. 도저히 그냥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나를 진정시켜줄 친구와 통화를 하고, 진정시켜줄 동료와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회사에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진정시켜주는 상사 앞에서 펑펑 울었다.



필러 부작용이 나고, 추석 연휴 시작부터, 아픈 주사를 맞아가며, 치료를 받았다. 받는 내내 병원은 친절했다. 그러나, 나는 내내 긴장 상태였다. 환불 문제였다. 설마 해주겠지 싶었지만, 받아야 받는 거니까. 병원 측은 치료가 잘 완료되고 나서 돈 이야기하자고 했다. 2주 동안, 촘촘하게 치료를 받고, 거의 나았다. 그리고 상담 실장과 마주 앉았다. 이 날은 엄마도 함께 갔다. 엄마는 싸울 대비까지 하고 왔다(나는 그런 거 못한다 ㅠㅠ). 엄마는 실장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카리스마있게 이야기할 꺼라고 했다. 상담 실장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추석 연휴에 정말 너무 힘드셨다고. 전체로 보면 1퍼센트의 확률이지만, 당사자에겐 백퍼센트 아니냐고. 너무 고생하셨다고.. 카드 주시면 바로 환불해드린다고. 그리고 너무 고생하셔서 저희가 이후에 관리를 더 해드리겠다고... 이렇게 쭈욱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고. 그러니 걱정마시라고. 엄마는 들으면서, 이미 마음이 풀어졌다. 너무 좋다고. 실장님 너무너무 신뢰가 간다며.. ㅎㅎㅎ 엄마도 나도 너무 만족했고, 너무 감사했다. 그동안 긴장한 것이 무색할 만큼 말이다.



상담 실장을 만난 후, 의사를 만나기 전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부끄러움에 울컥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리고 함께 믿는 공동체가 있다. 같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무리가 있다. 병원에서의 문제처럼, 교회든 어디든 문제는 발생한다. 그런데, 병원에서의 문제 해결 방식이, 같은 가치관을 가진 공동체에서의 해결 방식보다 훨씬, 정말 훨씬 좋았다. 나를 잘 모르는 상담실장이 말했다. ‘처음부터 말씀드렸다시피, 끝가지 책임져 드릴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부끄러웠다. 사랑하라는 곳에서, 사랑을 연습하라고 모인 곳이, 왜 병원보다 못하는가. 서툴 수 있다. 그러면 차라리 솔직하면 좋겠다. 진심이 담겼다면 어땠을까 싶다. 책임져 달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같은 가치관을 가진 이들 아닌가. 도대체 우린 뭘 배웠고, 뭘 향해 가는 것인가.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버텨온 것이 허무했다. 사명이라 여겨온 것이, 그저 바보같은 선택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12년을 돌아보면, 그것으로 만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감히 조금은 성숙했다고 여겨진 순간들이 있다. 그래. 그러니 되었다. 싶다. 그들이 나에 대해 한 조치는 1차원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뭐였든 말이다. 이제 나는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언제나처럼,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시니. 그들은 또 그들이 만나는 하나님이 함께하시니 제발 잘 만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내게는 또다른 기회가 열리겠지. 나를 사랑하지 않던 세월이 길기에 거절이 더 쉬운 사람이었는데, 주님과 함께 함으로 지금은 그래도 예스하는 날이 더 많으니까. 두드리다보면, 언젠가 열리겠지.




새로운 기회를 만났을 때,

우아라에 가서

더 비싼거 사먹을테다.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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