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창업일기 #3
저는 2021년 32회 공인중개사에 합격한 공인중개사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자격증 대여를 목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학창 시절 제법 공부를 했던 저는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주식 투자 공부 덕분에 경제학을 좋아하게 된 저는 부동산 학개론을 즐겁게 공부했어요. 민법은 정말 어려웠지만 제가 좋아하는 논리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용어에만 익숙해지고 나니 문제가 술술 풀리더군요.
퇴근 후 매일 4시간씩 인천시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강으로 공부하며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를 보고 합격했습니다. 세법은 정말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숫자에 너무 약해...
어쨌든 2021년은 인고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사실 면허증 제외하고 자격증 시험은 처음이라 너무 떨리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과정들이 있고 나니까 이거 대여해 주면 안 되겠다. 내가 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2022년 초반까지는 영끌이다 뭐다 부동산 기세가 장난 아니었는데 돈 버신 분들은 이미 그때 다 벌고 해외여행 가셨을 거에요. 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글로벌 경제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한국에도 고스란히 돌아왔죠.
아시다시피 fed가 기준금리를 5% 까지 올리는 바람에 대한민국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완전 나락 가버렸죠. 저도 피해자 입니다 ㅠㅠ 분양받아서 좋았는데 5%대 이자에 하는 일도 잘 안 풀리니 죽을 맛이더군요.
그래서 하는 일은 부모님께 맡기고 저도 이제 공인중개 시장에 뛰어 들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공인중개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알아보기로 하시죠.
공인중개사는 인간의 삶에 가장 핵심적인 의, 식, 주 중에 주 즉 주거에 관한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입니다.
당근마켓 중고나 일반 소매품이야 돈 주고 사면 그만이지만 주택이나 상가는 인간이 구매할 수 있는 가장 큰 금액의 상품이기 때문에 각종 범죄와 법적인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 거래는 국가에서 공인된 사람인 공인 중개사가 중간에서 각종 법, 행정적 문제를 처리해 주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상가, 공장, 토지 등의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탁받아 옵니다. 그리고 해당 물건을 홍보하고 구매자를 찾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물건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나타나면 그 사이에서 거래를 조율하는 협상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에 발생하는 세금 문제, 법적 문제를 알아보고 서류 작성까지 해줍니다. 이 거래 전반의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 그에 따른 법정 수수료를 받는 게 공인 중개사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무너졌어도 여전히 9억대인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거래에 있어 공인중개사는 9억 이상 아파트에 0.5%의 수수료를 쌍방으로부터 수취하게 됩니다. 기사의 아파트가 9억 7500만 원이니 부가세포함 5,362,500원입니다. 깔끔하게 디스카운트한다 치고 500씩만 받아도 거래 한 건에 1천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만일 한 달에 9억대 아파트 1채씩 거래할 수 있다면 연매출 1.2억이 됩니다. 물론 순수익은 아니겠죠? 부동산 지출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임대료입니다. 부동산은 특성상 1층 상가 노른자 땅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월세가 비싼 편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한 달에 아파트 한 채씩 거래할 수 있다면 대기업 연봉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혼자 일하기 때문에 직장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 편하게 부동산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경쟁, 레드오션
신축 아파트 상가에 보시면 한 집 걸러 한 집 부동산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해마다 배출되는 공인중개사는 25,000~30,000명 수준입니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개업 공인중개사의 수는 113,22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현재 자격을 보유자는 대략 80만 명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실제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는 8~10명 중 1명 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인구가 5100만 명이니 개업공인 중개사 1명당 510명을 커버합니다. 실제로 2023년 3월 현재 대한민국 세대주 수는 2380만으로 인구의 절반 조금 아래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략 238명을 커버합니다.
굉장히 적다고 느껴지시죠? 이 중엔 자가 소유로 장기 거주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한국은 전세 제도로 인해 2년마다 이사 혹은 재계약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월세입자도 굉장히 많죠. 감이 오시나요? 네 공인중개사의 생활비는 월세입자와 전세입자가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씩 아파트나 상가 매매가 발생하면 그때가 보너스를 받는 셈입니다.
경기가 나빠져서 외식비를 줄일 수도 있고 옷을 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세를 내지 않을 순 없죠. 물론 계약이 끝나고 보다 저렴한 월세를 찾는 경우도 간혹 있겠으나 인간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보다 낮은 수준의 집으로 이사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실제 많은 수수료를 차지하는 아파트 상가 거래의 경우 대부분 탄탄한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순 있으나 어쨌든 아파트 구매도 하고 투자도 하고 때로는 상가 임차해서 장사도 한다는 말입니다.
호경기에도 불경기에도 잠은 집에서 자야 하고 장사는 상가에서 하는 법입니다.
열심히 하면 돈 됩니다. 저도 이런 확신을 가지고 이 시장에 뛰어들려고 합니다. 부동산 중개와 부동산 투자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 마음먹었으니 부동산 계통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