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스스로를 고수라 말하지 않는다

100일의 마법

by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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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고수가 많음을 다시 느낀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내가 부족하다는 걸 항상 일깨워 준다. 때론 너무 일깨워줘서 문제인 게 탈이지만. 실제로 sns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sns월드에는 성공하고 잘나고 예쁘고 멋진 사람만 있다. 좋은 차를 인증하고 지폐를 펄럭거리고 좋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나도 부러워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퍽 많이 구시렁거렸다. 눈시울이 괜히 그렁거린 적도 있다. 나만 가난하고 도태된 기분.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울렁거림 기분 더러움.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태도와 달라진 시각으로 sns를 보는 게 아니라 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들어가 본 지 꽤 오래됐다. 가장 최근엔 웃긴 대학이라는 커뮤니티를 즐겨 찾았고 그 이전에는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를 즐겨 찾았다. 웃긴 대학으로 이주 후에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는 asky라는 말이 있다. "안 생겨요"라는 뜻이다. 이 사이트 이용자에게는 연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어서 생긴 말인데 솔직히 나는 이 미신을 전적으로 믿는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실제로 나는 이 사이트를 떠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웃긴 대학이라는 커뮤니티로 이주했고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소개팅을 했고 여자친구와 지금 300일 가까이 연애 중이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생각보다 더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커뮤니티의 이주라거나 심경의 변화는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 금주, 금연, 갑자기 추진력이 생기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 가해져야 하는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강한 외부 충격이다.



최근엔 커뮤니티는 거의 들어가지도 못하고 웹툰도 가끔씩 볼 수 있을 뿐이다. 게임 영상도 점심밥 먹을 때 10분 정도만 볼뿐이다. 재미가 없어진 게 아니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사업이 영 안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파산할 것 같다. 대충 100일 정도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100일 안에 예전만큼의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면 그대로 침몰할 작정으로 삶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판매업으론 도무지 방법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온라인 셀러다.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진작부터 했어야 했다. 속도 없이 게으르게 책만 읽었고, 적당히 블로그 글을 쓰고, 적당히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두어 명 늘어나면 괜히 기분 좋은 독서 모임을 운영했다.



사실 아껴 쓰며 주식 투자도 할 정도는 되었고 잔고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금 부족할 땐 아껴 쓰면 됐고 과거에 음악 하던 시절보단 훨씬 형편이 좋았다. 내 삶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덜컥 아파트가 분양되어 버렸다. 있는 돈을 박박 긁어서 입주를 했다. 입주 후에도 수중에 현금 4천 정도 쥐고 있으니 영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고 고작 50만 원 나가던 월세 대신 주택담보대출 이자 16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180만 원이다. 늘어난 재산으로 올라간 건강보험은 덤이다. 사실 기존의 수입이면 아슬아슬하게 지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안 도와준다. 경기도 나빠졌지만 회사 사정이 진짜 이상해졌다. 수입이 반토막에 반토막이 나버렸다. 아파트를 거래할 수 있는 2년까지는 저축과 수입을 병행하면 거뜬하게 버틸 수 있었다. 부동산이 회복되면 아파트를 팔아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갈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와장창 되어 버렸다.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아파트는 당장 팔 수도 없고 팔아도 손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야 온라인 셀링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블로그 쓰던 실력이 책 읽던 가닥이, 영상 편집하던 기억이,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노하우들이 쌓여서 현재 온라인 몰을 개설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장사는 결국 보다 더 저렴하게 사서 보다 더 비싸게 팔아서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이것이 장사의 본질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면 장사가 아니라 자선이다. 현재 나는 장사를 유튜브와 책을 통해 배우고 있다. 이 두 곳은 영업과 마케팅의 보고다. 그저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선망하고 재미만 찾을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그런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성공한 장사꾼들이다. 그들은 정말 치열하게 산다. 장사가 잘 되고 말고는 하늘의 뜻이지만 실력이 없으면 잘 되는 장사도 말아먹을 수밖에 없다. 월 천 벌었다는 사람도 뚜껑을 열어보니 순이익은 250만 원 이더라. 월 천은 대단해 보이지만 원 250은 끌리지 않으니 어그로를 끌기 위해 저런 전략을 사용한다. 중요한 건 그게 통한다는 사실이다. 월 천을 벌었다는 이는 결국 전자책으로 월 천을 번 모양이더라.



자칭 고수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의 목적은 유료 강연인듯하다. 자신의 경력을 자랑하며 유료 강의의 중요성을 어필한다. 애석하게도 그것에 홀딱 속아 넘어가 고액의 강연료를 내고 효과 없는 강의를 듣는 이들도 있다. 그게 나는 안타깝고 또 그럴 재주가 없다 보니 나는 사기는 못 치겠다. 무엇보다 그런 사기적인 강연이 오래 갈리 없다. 나는 적어도 매달 천만 원은 벌 수 있는 진짜 튼튼한 수입원이 필요하다. 내가 사기를 못 쳐서 가난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범죄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다. 진짜 고수들은 말없이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한다. 그냥 자기의 성과만 보여준다. 묵묵히 보여준다. 그리고 보여준 성과들 또한 질적으로 훌륭하다. 사진들은 색감과 구도가 예술이다. 영상은 독보적이다. 쇼핑몰은 열정이 넘친다. 그들은 강연 좀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해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게 진짜 고수다.



나는 블로그도 조금 하고, 유튜브도 조금 하고, 글도 조금 쓰고, 독서 모임도 조금 하고 인스타그램도 조금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다 제대로 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도 부족하게 되었다. 블로그도 일주일 연속 쓰다 보니 쓸게 없다. 사진을 더 많이 찍고 뭔가 더 많이 써봐야 한다. 글 쓰고 책 읽는 건 매일 할 수 있지만 멘털이 나가면 또 할 수 없다. 멘털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최근에 내가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은 고수들을 밴치마킹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사진 하나를 올리더라도 10만 팔로워의 색감과 구도를 따라 했어야 했는데 왜 나는 내키는 대로 했을까. 시크하게 대충 올린 사진이 인기글이 될 리 없다. 인기 게시물이 되려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조건 충족을 위해선 부던한 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곡을 만들었다고 해도 곡이 딱 하나뿐인 사람의 곡이 대중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없다. 바야흐로 전략적 마케팅의 시대다. 꾸준하고 전략적인 마케팅이 중요해진 시대다. 거기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아주 조금씩 선보여야 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니까. 밴치마킹과 노출의 중요성은 1억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으리라.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거다. 과연 내게 1000일이 있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했을까. 100일 밖에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겠지. 우리의 삶에 있어서 100일 챌린지는 정말 마법 그 자체다. 100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보여도 100일의 성공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가난에서 탈출한다. 장담할 수 있다. 내가 고수가 되지 못한 이유는 100일에서 멈춰서 일 수도 있고, 100일 도전에 실패해서 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크다. 성공한 유튜버 중에 인스타까지 잘하는 사람은 잘 없다. sns를 하더라도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원씽과 100일간의 챌린지. 당신의 삶을 가난에서 건져내고 싶다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타이탄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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