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일본드라마가 있다. 이민기와 정소민이 나오는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가 리메이크가 아닌 거의 표절을 해서 논란이 있던 드라마의 일본판 원작이다.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결혼과 연애를 처음 하는 두 주인공이 만나서 겪는 내용으로 진행 되는데 여기서 나는 제목에 자연스럽게 끌려서 보게 되었다.
내가 이 드라마에 끌리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일들에 관여하고 참여하며 연루되기에 여러 경험들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사회에, 사람에 지쳐서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해서, 잠시 떠나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떠나갈까봐 두려워서 포기하지못하고 힘든 발걸음을 내딛고 만다.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종용하는 우리나라의 인식들에 등떠밀려서 더욱더 멈춰 서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간의 휴식조차도 없어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 또한 내가 벌려놓은 일이기에, 나중에 세계일주를 떠나고 돌아왔을 때 다시 먹고살 방도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붙잡고 끌고나아간다. 여행, 사진, 블로그, 글쓰기 등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흥미는 뒷전이고 그것들에 묶여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들에 지쳐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뿐이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놓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고, 그동안의 습관이 없어져서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새로운 시작은 커녕 현상유지도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예전에 봤던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묶여서 더 나아아갈 힘이 있지도 않고, 포기할 용기도 없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다시금 행동할 용기를 주었다. 그 용기가 한걸음 나아갈 길이 될지, 잠시 포기하고 쉴 의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힘을 줬다는 것이 중요했다. 덕분에 나는 다시금 이렇게 한글자씩이라도 글을 용기가 생겼고, 다른 많은 것들도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생각할 힘이 생겼다.
모두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은 나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가끔은 도움이 된다. 힘들면 억지로 힘을 내지 않고 잠시 쉬었다 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