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삼백 년의 노래 (2)

턱 괴는 여자 27.

by 구일삼

A. 아니오.


3-1.

드라마 : 남자 왕이 이상 탄생할 없다는 '어출쌍생 성골남진' 예언. 어쩔 없이 여자가 왕위에 올라야 함을 이야기하는 예언은 '흉조' 취급된다. 그래서 황실이 쌍생을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던 거다.

현실 : 현실에서도 거의 모든 집안에서 '아들이 없음' 흉조로 취급해 역사가 버젓이 살아있다. , 남자가 없으면 대가 끊기고 나라가 망한다는 불길의 표적은 남자를 만들지 못한 여자 혹은 남자로 만들어지지 않은 여자에게로 향하게 있다.

드라마: 황후는 여자 쌍둥이를 낳은 것을 두고 자신을 심하게 자책한다.

현실 : 우리 할머니도 막내마저 아들이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을 아직도 한다. 친구들 몇몇은 네가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을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어본 적이 있다.


3-2.

드라마 : 이야기 초반부의 천명과 미실이 감히' 되기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현실 : 여자들은 '여자' 태어나는 바람에 주어지는 무대가 작고 적은 현실을 살아야 한다. 지금도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는 여자, 의사가 되기를 꿈꾸는 여자, 경찰이 되기를 꿈꾸는 여자, 검사가 되기를 꿈꾸는 여자, 외교관이 되기를 꿈꾸는 여자, CEO 되기를 꿈꾸는 여자,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여자, 교수가 되기를 꿈꾸는 여자, 감독이 되기를 꿈꾸는 여자는 많이 없다. 그리고 그건 여자들이 권위를 부담스러워하는 천성을 타고나서가 아니다. 그건 세월 동안 여자들이 '' 있는 여자들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나는 여자들은 세상을 목격하게 되어 있거든.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정확히 보게 되어 있거든. 그리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주어진 자리는 바깥이나 아래라는 , 이렇게 태어나는 바람에 어쩔 없다는 , 체화하며 자라게 된다. 그렇게 시대는 질척거리며 살아남았다.

드라마 : 그런데 미실은 알면서도 그런 시대에 부딪혀 보려고 하지 않는가.

현실 : 그래서 나는 전개부터는 아예 대성통곡을 하게 되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알면서도뛰어들었을까.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나아지기까지는, 망설이다가도 결국은 용기를 냈을 여자들의 삶이 있었다.


3-3.

드라마 : 후반부의 덕만은 그렇게 뛰어든 여자들이 무얼 견뎌내며 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덕만은 '' 아니고 '여왕'이라는 칭호로 불린다. 그냥 폐하가 아니라 여왕 폐하라고 불린다. 남왕 폐하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난 아들이 아니라서 대가 끊기고 나라가 망할 거라는 흉조를 극복하고 무려 왕위에 올랐는데도, 그녀 앞에 흉조는 계속되고 있다. 여왕이 즉위하는 바람에 나라에 흉이 깃들었다는 검은 소문들은 그의 존재를 단번에 지워버릴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도 덕만은 여기에 하나 깜짝하지 않아야 한다. 앞까지 부닥쳐오는 소문들에도 끄떡없이 있어야 한다. 뒤로는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현실 : 여자들은 전부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여자의 실패는 여자 전체의 실패가 되어버리니까. 여자는 잘하면 독한 소리를 듣고, 못하면 여자애가 잘해봤자 거기서 거기지 싶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나도 그런 두려움을 안고 산다. 내가 조금만 삐끗해도 '여자라서 그렇다 이유가 붙으니까. 나는 영어학원에서 처음 재시험을 치던 날부터 세상이 모양인 알게 됐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골품제를 배우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역사를 가르치던 교사는 다른 나라엔 없지만 신라에 여왕이 있었던 이유는 성골만 왕이 있는 제도 때문이라고 하면서 골품제를 소개했었다. 처음엔 그런대로 작동하던 제도가 남자 성골이 없어지면서 삐걱거렸고 결국엔 여자 성골이 즉위하는 일로 이어졌다고 했다. 선덕여왕은 그래서 탄생할 있었다고 했다. 진덕여왕이 마지막 성골이었고 뒤로는 진골들이 즉위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신라에는 골품제 덕분에 왕이 있던 여자들이 있었던 거라고 했다. 선덕여왕이나 진덕여왕은 성골로 태어난 특별히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뉘앙스.

그런데 성골로 태어난 덕분에 왕이 있었던 그전의 왕위에 올랐던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성골인 데다가, 남자였기 때문에 쉽게 왕이 있었던 거다. 성골 여자들은 성골 남자들이 죽기 전까지는 한 번도 왕이 없었다. 여자는 왕일 없다는 전제가 너무 당연해서, '여자인 주제에' 성골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즉위할 있었던 사람이라며 '여왕'들이 은근슬쩍 깎아내려지고 있었다는 , 어렸던 나는 놓쳤다. 이젠 아니다.

드라마 덕만은 사막의 꼬마에서 낭도로, 낭도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왕으로, 여러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성장하는 캐릭터다. 그러니 점만 보더라도 드라마는 이미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있다. 시대와 인물들을 역사 속에서 가져왔을 이건 어디까지나 창작 영웅 서사인 거다. 하지만 역사 수업 시간에서보다 드라마를 통해 선덕여왕의 삶이 어땠을지를 많이 생각할 있었다. 그는 성골로 왕좌에 앉아있는데도 여자임을 이유로 자신에게 향해지는 의문들을 내내 견뎠을 거다. 자리를 꼿꼿이 앉아 지키며 끝내는 외로웠을 거다.


천삼백 년 가량이 흘러서도 여전한 질문들이 그를 향하고 있을 거라는 , 그때의 그는 알았을까? 천삼백 년 가량이 흘러도 여자들에겐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감시가 따라붙는다는 걸, 시대는 아직 가지 않았다는 , 나는 알고 있다.






P.S.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웃긴 일이 되는 슬프다. 드라마가 미실 테마곡 '아아아아~'로만 기억되는 것도 슬프다. 드라마는 영웅으로 태어난 여자와 영웅이 되기로 선택하는 여자, 그리고 끝끝내 영웅일 없었던 여자, 셋의 이야기. 그러니 제발 다들 '아아아아~'하는 노랫말을 떠드는 대신 1 재생 버튼을 누르길. 족쇄를 모른 반짝일 있다고 믿었던 젊은 날의 미실 시작으로 각자의 꿈이 뒤섞인 슬프고 거대한 모험이 시작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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