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지는 별

드라마 <선덕여왕> 리뷰 9편 : 23부, 24부

by 구일삼

덕만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천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알천을 불러 올리고 용화향도와 비천지도의 낭도들과 함께 덕만을 찾으러 궁을 빠져나간다. 을제가 나서 덕만을 죽일 것을 알고도 무기력하게 그를 방관하는 진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천명은 김서현을 만나 분노를 그대로 내비친다. 을제와 무슨 거래를 했든 자신은 유신과 국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을제가 어떤 식으로 손을 써둔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했음을 알린다. 이어서, 국혼을 대가로 덕만의 목숨을 취할 김서현에게 당장 명을 바꾸라며 “덕만을 구하고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게 보호해 오란 말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는 잔뜩 떨리면서도 군주의 것처럼 단단하다.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가야계 인사는 조정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것이라 공포를 주려고도 한다. 미실은 하고 자신은 못할 것 같냐는 물음이 뒤따라 애처롭기까지 하다.

미실과 황실 모두에게 등을 지고 덕만을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천명은 유신과 가까운 사이인 알천을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그에게 덕만의 정체와 유신의 상황을 알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말하는 이유는, 너도 지금부터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걸 수는 없지.”

알천은 전장에서 자신을 구하고 또 바꿔준 유신과 덕만에 대한 의리만으로도 목숨을 바칠 이유는 충분하다는 말로 대답한다. 나는 이유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이 감동스런 대답보다도, 알천에게 굳이 이유를 알려주려 한 천명에게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본다. 알천은 이전 몇 화에 걸쳐서 줄곧 질문하기 시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유를 묻지 않는 충성을 가르치는 시대에 화랑이 되길 배운 그가 전장의 덕만을 통해 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알 것 없다는 을제의 말에도 그는 자신과 자신의 낭도들의 목숨을 걸 만한 일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걸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하는 천명은 그저 충성하라 요구하는 신라의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가 장기말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덕만만큼이나 천명도 알고 있다.

이렇게 덕만을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천명은 몇 번이고 다음 시대에 올 차기 군주의 얼굴을 해 보인다.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 직접 발을 움직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기민하게 판단하며, 필요할 때 권위를 휘두르되 그것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는 않는다. 천명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기꺼이 황실의 다음이 되고자 했는지를 떠올려 본다. 또 그가 얼마나 어린 얼굴로 미실에 대적하라는 종용을 받아들여 한 걸음을 뗐었는지를 떠올려 본다. 그러니까, 그가 내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그 마음을 천명이 채 다 쓰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곧 개양자 하나가 하늘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편, 유신과 덕만, 그리고 비담은 설원의 부대로부터 도망쳐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등 함께 고비를 넘기는 중이다. 물가에 다다라 정신을 잃은 덕만에, 유신은 그를 살리려 숨을 불어넣고, 그 과정에서 비담이 덕만의 가슴 압박 붕대를 보며 그가 여자인 걸 알아차린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유신은 비담에 의해 덕만이 자결하려 했다는 얘길 듣게 되고, 방금까지도 덕만에게 숨을 나눠주던 그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전편에서 다루었듯, 유신에게 덕만은 가문과 나라를 등지면서까지 함께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덕만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나, 덕만은 자신과 함께 있음으로 인해 망가질 유신을 보기가 두렵다. 이 두 사람을 보고 비담은 “논다, 놀아”라며 비아냥거리기 바쁜데, 오래전부터 이어진 마음들을 알아 차마 끼어들 수가 없어 주위를 맴도는 그의 모습이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비담은 스승님, 즉 문노 밑에서 보던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 ‘모험’에 그저 신이 난 상태다. 그는 눈에 띄지 않는 동굴을 찾아 덕만과 유신을 은신하게 두고, 외부 정찰을 직접 떠나기도 한다. 그때 덕만과 같은 색의 낭도복을 입고 있는 자들을 보게 되고, 천명의 호위로 따라온 그들을 이끌어 천명과 알천이 덕만, 유신과 재회할 수 있게 돕는다. 그렇게 신국의 저주로 태어난 ‘죄’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쌍둥이가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부둥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천명은 덕만에게 떠나라 말한다.

“마음만 있을 뿐, 도울 수가 없구나. 힘이 없어. 힘이 없는 것을 몰랐던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 이번처럼 사무친 적이 없다. 만나서, 아직 언니 동생도 못해봤는데. 다른 자매들처럼 옷을 두고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락지를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며 내가 갖겠다, 네가 갖겠다 장난도 쳐보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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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덕만을 멀리 빼돌리고, 자신은 남아 개양성의 운명을 완수할 생각이다. 이제 정말 지겹기까지 한 미실과 끝장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에 무엇보다 필요할 유신이 천명에게 덕만과 함께하겠다며 보내달라 말한다. 천명은 유신이 ‘마음과 다른 일은 하지 못하는 사람’ 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덕만은 유신이 자신과 함께 한다면 천명이 홀로 깜깜한 길을 걸을 것을 알기에 그를 돌려보내겠다 말하지만, 천명은 이내 반대한다.

“아니야. 유신랑이랑 함께 가서 살아. 널 버린 폐하, 널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 나. 모두 잊고 사람으로 살아.”

꼭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부, 자신의 몫까지 행복해달라는 마음. 천명은 어떻게든 덕만을 지키고자 한다. 자신은 양 날개를 잃은 채 궁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데도, 그는 덕만의 행복을 위해 유신까지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마야가 힘없이 보내야만 했던 둘째 아이를 위해 만든 공주 옷을 덕만에게 선물로 건넨다. 이 옷은, 모두가 덕만이 낭도복을 입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덕만을 안전하게 빼돌리기 위한 마지막 교란 작전에도 역할하게 된다.

“가, 어서. 가서, 신라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고, 유신랑이랑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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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대남보’가 끼어든다. 대남보는 미생의 아들인 화랑으로, ‘사다함의 매화’ 에피소드부터 미실의 일을 하게 된 인물이다. 하지만 덕만을 생포하는 이 작전에는 미실이 그를 보낸 일이 없다. 어째서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이는 미생과 상천관 서리의 합작품이다. 덕만이 그 자체로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예언의 물증이기 때문에 미실 측은 그를 반드시 살아서 데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서리의 의견만은 달랐는데, 그는 미실에게 직접 “개양성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살려와야 쌍음을 증명하겠지만, 죽일 수 있다면 죽이셔야 합니다.”라고 간언 한다. 미실은 “개양성? 북두의 별? 우스운 얘깁니다. 상천관님, 저, 미실입니다.”라고 답한다. 오랜 세월 동안 시대가 자신의 손을 떠난 적 없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그것을 쥔 자신에게 감히 조급해하기를 요구하는 신하에 대한 분노가 섞인 채의 대답인 것이다. 미실이 단호하게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리는 계속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천명과 덕만의 별자리인 천준(쌍둥이자리)과 미실의 별자리인 북락사문(물고기자리)을 관찰하더니, ‘천준이 북락사문을 범한다?’라며 겁에 질린다. 이 불길한 징조를 다시 미실에게 갖다 바치며, 그는 덕만을 죽여야 한다고 계속해서 간한다.

“그따위 쌍둥이 공주들이 뭐가 대수입니까. 그따위 예언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가보세요.”

반복되는 퇴짜에, 서리는 미생을 찾아가 새주 몰래 뒤에서 덕만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당장은 미실의 심기를 거스를지는 모르나, 궁극적으로 미실이 그 이름과 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로 미생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에 미생이 대남보를 부르고, 독화살을 가져가 덕만을 죽이라 명한다. 대남보는 이런 이유로 덕만과 천명이 어쩌면 영원할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결코 현장을 교란하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 미실의 명에 따라 덕만을 찾고 있던 설원의 부대와 따로 놀며, 미실의 명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천명의 뒤를, 덕만의 뒤를 쫓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는 덕만이 공주 옷을 입고 빠져나가려 했다는 것까지 목격한 참이다.

잠시 뒤 물가에서 비담이 준비한 배를 타고 떠나려는 덕만과 유신, 그들을 배웅하는 천명과 알천이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 흐른다. 공주 옷을 교란 작전으로 이용한 만큼, 덕만은 다시 낭도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는데,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대남보는 독화살을 조준한 채로 잠시간 혼란스러워한다. 미실의 명과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중압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결국엔 미실과 가문을 구할 것이라 말하는 아버지, 자신이 쥔 것이 다름 아닌 독시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대남보는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공주 옷. 덕만은 공주 옷을 입고 있었어.’

천명에게 독화살을 쏜 것이다.






서라벌에서 덕만과 유신을 빼돌리려는 작전은 곧바로 중지된다. 은신하던 동굴에 천명을 눕히고 온몸에 퍼지기 시작한 독을 막아야만 한다. 이에 덕만이 해독제를 사기 위해 비담과 함께 시내로 가려한다. 그런데 천명은 끝을 직감한 듯 보인다. 덕만에게 가지 말고 그냥 옆에 있어 달라 말하는 것이다. 덕만은 지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며 끝내 동굴을 벗어난다. 놓친 손을 아쉬워하며, 천명은 유신에게 ‘마지막’이 될 말들을 남긴다. 자신을 대신해서 미실과 싸워달라는 말이 아니라 전부 잊고 사람으로 살아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는 것이다.

“덕만이, 불쌍한 애야. 진짜 걔 인생을 산 적이 없어. 덕만이, 잘해줘. 덕만이, 여자로, 사람으로 살게 해 줘. 응? 너희 둘, 신라니, 미실이니, 다 잊고, 멀리 가서 그냥, 사람으로 살아. 응? 그렇게 해줄 거지? 대답해, 어서. 어서. 답해.”

그리고는 당나라에 보내놓은 아들 춘추를 떠올린다. 자신이 죽은 뒤에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어떻게든 춘추를 써먹을 황실과 ‘다음’이 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그에게 접근할 미실을, 천명은 잘 알고 있다.

“춘추. 우리 아들, 춘추. 어쩌지. 그 아이,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고, 재주도 없고. 이제, 모두 그 아일 이용하려 할 텐데, 어쩌지.”

천명은 끝으로, “덕만이, 보고 싶다.”라는 한 마디를 남긴다. 마지막으로 덕만의 얼굴을 눈에 담고 가고 싶어 하는 그의 대사는, 카메라가 천명의 시선으로 동굴 내부를 스윽 훑은 뒤에 조용히 읊조려진다. 그리고 독이 퍼져 시퍼렇게 질린 천명의 얼굴과 동굴에 피워둔 불을 같이 두면서 화면은 디졸브 되는데, 천명의 죽음이 덕만이 각성하는 불씨가 되고, 천명의 춘추는 그다음 불꽃이 된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묘한 울림이 된다.

그렇게 천명이 영면에 들고, 개양자 하나가 하늘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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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제를 구해 왔건만, 덕만은 이미 차게 식은 천명을 붙들고 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마찬가지로 무력한 슬픔에 빠진 유신에게, 알천은 천명의 유언을 받들라 한다. 그리고 그는 “시신을 황실에 전하고, 화랑으로서의 마지막 일을 할 것이야.”라고 말한다. 주인을 지키지 못한 화랑으로서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독화살로 덕만을 쐈다고 생각하는 대남보를 붙잡아 자초지종을 들은 설원은, 덕만의 시신이라도 확보해서 돌아가야 한다며 수색을 계속한다. 이때, 김서현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등장한다. 그만하십시다, 하는 말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하던 사냥이나 계속하라는 비아냥이 오가며 대립이 고조되는 찰나, 알천이 천명의 시신과 함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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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의 죽음은 많은 것을 덮어 두는 국면이 된다. 하여 천명은 죽음으로 황실을 구한 셈이 된다.

“설원공은 모든 작전을 중지하고 귀환하라 하세요.”

“허나 덕만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합니다. 일찍이 겪지 못했던 최대 위기입니다.”

나라의 귀한 이가 영영 부재하게 된 상황이다. 명분을 쥐지 못한 미실은 감히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쌍둥이를 증명하기로 했던 화백회의 말입니다. 모두 취소하고, 당분간 그 일은 꺼내지 않도록 하세요.”

“이젠 한 치 앞의 상황도 가늠키 힘듭니다. 천명의 죽음의 경위가 어떻든 간에, 우린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미실이 화두로 만들며 쌍생이 공론화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덕만으로 착각해 천명을 죽인 것이 황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상관이 없어진다.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단계로 돌입하는 순간, 만약 착각해 독시를 쏜 것이 황실 쪽이라 하더라도 미실은 의심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늘 미실에게 지는 일생을 살아온 천명은 이렇게 죽음으로, 미실이 황실을 파멸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그 모든 걸 무효화해 버렸다. 미실은 약이 오른 것인지 슬픈 것인지 하나로 정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이제 없는 천명에게 말을 건다.

“천명. 네가 결국 황실을 구하는구나. 이번엔… 네가 이겼다.”

천명은 다음 수를 둘 수가 없는데도, 미실은 천명에게 이번엔 너의 승리라는 말을 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라 하는데도 기어코 자신에게 맞선 이 어린애에 대한 일종의 애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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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쌍음은 미실이 궁을 점령할 수 있게 하는 비책이 될 것이었지만, 미실이 천명의 죽음의 책임자가 되면서 더 이상 쌍음을 문제 삼을 수 없게 되었다. 또 이 죽음으로 인해 각성하게 되고, 이 죽음으로 자신의 설 기반이 만들어질 덕만은 궁으로 돌아오며 미실의 일생의 적이 될 것이다. 그러니 천명과 덕만 모두 죽음으로, 또 온 삶을 걸어오면서 미실에 대적하는 것이 되므로 천준이 북락사문을 범한다는 서리의 예언은 맞은 듯 보이며 미실이 오만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만약 서리가 단독행동을 하지 않고, 하늘은 계산될 뿐이라는 미실의 다그침을 알아들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그래서 대남보가 끼어들어 덕만을 죽이려다 천명을 죽이는 일 자체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어땠겠는가? 황실을 무너뜨릴 쌍음이라는 카드가 그대로 미실의 손에 들어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서리가 갖고 있는 하늘에 대한 두려움이 덕만이 홀로 궁에 돌아와 미실을 쓰러뜨리는 운명을 완성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리가 뒤에서 몰래 일을 준비하던 그 전부가 개양성이 둘로 쪼개지던 날부터 계획던 운명의 일부라는 이야기로 풀이될 여지도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늘에 적혀 있다는 말인가. 이 3차원의 띠는 서리에게도 고스란히 타격이 된다. 일을 꼬이게 만든 것의 시작이 자신이라는 것부터 하늘이 정해뒀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서리는 자신이 물러날 때가 됐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가 하늘이 정한 개양자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덕만’에 대해 할 일이 하나 남아있었다. <10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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