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 자기소개
내일은 된장찌개를 해 먹겠다는 생각으로 끝나는 하루. 이다음엔 방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글을 쓸 방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먼 세상이 내가 글을 쓸 만큼은 여전히 썩어있길 바랄까 봐 숨죽이는 하루들이 있지. 내가 쓰는 미래의 드라마들에 나오는 여자들은 용감해서 불행하고. 내가 잠든 사이 그 여자들은 내 머릿속을 뛰어다니는데 나는 잠이 깰 때가 되어서야 잔뜩 슬픈 하루들도 있다. 비밀을 남기고 죽는 유언들이 내 침대 맡에 쌓이고 쌓여서 이제는 이불이 없어도 좋다 이런 싸구려 감상을 덧붙이는 하루들도 있다. 화면 안에는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려고 싸우는데 나는 오늘치 립밤을 발랐던가 굳이 돌아보는 하루들이 있다. 먼지가 가라앉는다는 걸 가장 처음 발견한 지구인은 누구일까. 덜 말린 머리로 잠들기를 망설이지 않고 며칠을 미룬 설거지를 내일은 해내기를 다짐하는 영웅.
두 시경 잠들다.
> 작가 소개
2000년 3월 어느 날 한 여자의 약해질 손목과 뱃가죽의 상처를 대가로 태어난 여자애. 천재 소리를 듣는 첫째로 태어났지만 집안의 장손이 될 수는 없는 태생을 꾸역꾸역 체화한 세월을 지나 현재는 대학생. 스물넷, 전혀 싱그럽지 않다. 나의 신분이 굳이 ‘여대생’으로 읽히는 데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나의 중심을 이루는 힘. 핑크공주의 길을 기어코 반대로 걸은 경상도 장녀. 오늘도 굳세다.
그러나 여전한 고군분투. 뭔가를 뚜렷이 째려보고는 있지만 턱은 계속 괴고 있다. 뚱하게. 짜증도 많고 화도 많은데 목구멍을 활짝 연 채로 돌아다니기는 아직 무섭다. 불만이 있으면 그렇게 뚱하게 있지만 말고 그냥 말하라는 어른들의 말은 지금껏 다 거짓말이었으니까. 그리하여 혼잣말로 고군분투.
젊은 여자로 사는 허름함에 대해 썼다.
이번 편을 시작으로 꾸준히 업로드할 글은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열심히 쓰고 그 여름에 브런치를 통해 공개했던 글입니다. 조금 다듬어 가을에 새로 올리기도 했었고요. 변덕이 일어 글을 곧 내렸습니다만, 또다시 변덕이 일어 이 글을 업로드해 봅니다.
사실 글을 아예 내린 뒤로는, 아쉬운 마음에 꾸준히 여러 출판사에 출간 문의 메일을 남기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좋은 출판사를 만나라는 진부한 말들을 매일 마주했지요. 마지막으로 참에이전시의 <The New Korean Voice Prize> 공모전에 이 글로 참여했는데, 파이널리스트 작품에 선정되었지만 우승을 하고 출간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아, 이 정도 해봤으면 됐다- 싶어서 글을 전부 컴퓨터 파일에만 넣어두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내가 이 글을 썼다는 흔적을 남겨두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컴퓨터 파일에 들어있던 글자들을 여기에도 옮겨둡니다.
하지만 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요. 다음 편 <2. 들어가며>에 글이 전과 똑같을 수 없는 이유를 써 두었습니다. 리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