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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 리뷰 24편 : 55부, 56부

by 구일삼

“상장군 유신을 파직하고 유배형에 처한다.”

덕만은 유신이 가야 복권에 조금도 뜻이 없는 자라는 것을 안다. 덕만과의 군신관계에 조금의 빈틈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신은 하나 된 땅이라는 꿈의 주인이 될 신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복야회를 유지해 온 월야가 그의 수하이다. 관리 소홀의 문제, 또 직접적 증좌는 없어도 대외적으로 혐의점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이유로 덕만은 결단을 내리고야 만다. 하지만 덕만이 유신을 더 이상 ‘쓰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배를 보낸 유신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는 유신을 신라 장수로서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밀명은 백제군 전령으로 위장잠입을 해 상황을 파악하라는 것이었고, 유신은 그대로 따른다. 그런데 유신이 백제군 진영에 잠입한 후 밀지를 들고나가려는 때에 첩자임을 들키고 만다. 이 위기에서 유신을 쫓아온 복야회가 그를 구하고, 난장판 속에서 밀지는 놓치게 된다. 동굴로 도망친 후 유신이 백제군 진영에서 본 것들을 조합해 상황을 가늠해 보니, 2만 이상의 백제군이 대야성을 목표로 한 전쟁을 준비 중이고 성문 방어를 담당하는 인물 중 ‘흑(黑)’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자를 간자로 두어 3일 안에 끝장을 볼 작정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당장 대야성 성문 담당자 중 이름이 ‘흑(黑)’으로 시작하는 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 유신은 다급하게 서라벌로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데 오롯이 신라의 무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를, 월야는 참을 수 없었다.

“유신. 넌 신라인이냐, 가야인이냐. 결정하거라. … 결정해!”

그리고 유신이 답한다.

“가야는 없다. … 언제까지 가야 유민의 목숨을 담보로 허황된 꿈을 꾸려는 게냐.”

유신이 복야회의 충성을 얻고 그 동맹의 수장으로 덕만을 보였을 때부터 줄곧 이어진 동상이몽이 마침내 결말을 마주하게 되었다.

“700년을 내려온 신라다. 가야 출신의 왕? 진정 그것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 방법은 하나다. 철저한 이인자.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야.”

사실 유신은 덕만이 공주로 등극하던 시점부터 이것을 줄곧 강조해 왔다. 덕만이 공주가 되었으니 이제 네가 왕의 사위가 되어 부군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물음에 그는 늘 단호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월야는 언젠가 유신이 왕이 될 날을 그리고 있었고, 이들의 주군이 여자라는 점에서 그 상상은 특히 쉬웠다.

“우리가 가야의 왕손으로 해야 할 일은! 남은 가야인들이 억압받지 않고 그들의 자손을 남기게끔 하는 것이다. 가야의 김 씨들이 멸족당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야. 해서 삼한일통의 가야민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야.”

미래에 가야를 거는 유신과 과거를 되살리려 애쓰는 월야. 숙명을 짊어진 망국의 두 왕손의 의견은 절대로 좁혀질 수가 없는 것들이다. ‘가야를 넘어 신라를 넘어, 하나 된 삼한에서 영원할 가야’를 꿈꾸는 유신은 가야를 버리고 신라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가야를 지키기 위해 삼한일통이라는 대의를 애쓰는 것이지만 월야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이해될 리가 없다. 이 한(恨)을 어찌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문제는 유신이 해결할 몫이 아니었다. 여왕이 나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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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신이 백제군 진영에서 첩자 임무를 수행하던 것을 사량부 관원들이 목격하게 된다. 본래 사량부 자체가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덕만이 만든 기관이기 때문에, 소속 관원들이 백제에 정찰을 나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덕만이 죄인이 된 유신에게만 내린 밀명이 여기에 전해질 리가 없었고, 관원들은 유신이 백제의 앞잡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신이 간자 혐의로 사량부에 의해 추포되어 비담 앞에 놓인다. 덕만이 유신은 밀명을 수행 중이었다고 밝히며 그를 보호하지만, 흑(黑)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자가 대야성에 없다는 소식이 더해지고 만다. 궁지에 몰린 유신은 그럼에도 당장 진짜 간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비담을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비담은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연적(戀敵)을 치울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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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일 것이다. 오늘 안에 대야성에 일이 일어날 거야”

“그만해라, 유신.”

“네가 걱정할 것은 내가 아니라 너의 안위다. 대야성이 함락되면 내 첩보를 받고도 대비하지 못한 사량부령은 책임이 없겠는가.”

“내 앞에서 그런 술수 따위가 통할 것 같은가.”

“비담. 너의 어머니라면 어찌했을까.”

“어머니를 입에 담지 마라!”

“너의 어머니 미실 반만큼이라도 통찰력이 있다면 나를 보아라. 비담! 나에게 두려움이 보이는가?! 내가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 같은가?!”

시대 최고의 통찰력으로 꼽히는 미실이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곧바로 흑(黑) 자가 한자 부수로 들어가는 이름까지 샅샅이 찾으라 명했을 것이다. 미실이 사랑한 것은 신국이고, 해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자라 하더라도 유신의 투명함을 곧바로 통찰해 전쟁을 막는 데에 썼을 것이다. 그러나 비담은 다르다. 지금 그에게는 신국에 무엇이 이(利)가 될 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는 덕만이 유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착각 속에 그를 견제하기만 하고, 이로 인해 간자가 검(黔)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자인 것은 한참 뒤에야 밝혀지고 말았다. 결국 성 문이 열리고, 전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미실의 마지막 명에 따라 비담을 따르던 설원이 전쟁에 나가게 된다. 한때 병부령을 지낸 자라고는 하지만, 미실 사후에 덕만이 그를 사량부에 편재한 뒤로 전쟁터에 나가지 않았을뿐더러 이미 노인이 된 지 한참인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원은 전쟁에 나서는데, 자신이 이기고 돌아온다면 비담과 국혼하라는 것으로 덕만과 거래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 설원은 미실을 뒤따라 죽고 싶어 했다. 마지막 순간에, 뒷일을 부탁한다는 미실의 말에 그는 “그럴 수 없습니다. 함께할 것입니다, 새주.”라고 다급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미실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명령, 말, 행동, 약속… 모두 마지막입니다. 다 따르세요.”라는 말로 설원의 마음을 기어코 짓이겼다. 그리고 미실이 설원에게 남긴 최후의 말은 이것이다.

“설원공께는, 미안… 합니다.”

설원에게 미실은 미안하다는 말이 마지막 말일 줄도 모르고 겁 없이 사랑한 사람이다. 진흥이 직접 키운 인재들로 함께 자랐고, 그 은혜를 배신하고 선택할 만큼 연모했던 여인, 그리고 자신만의 연인일 수 없어 괴로웠고 아팠던 사람, 결국은 주군인 당신을 온전히 지키게 만든 마음의 주인이다. 그래서 설원은 미실과 함께 죽지 못하고 그가 가고 난 자리를 살피면서, 그렇게 죽지 못해 살아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사는 내내 설원의 마음은 엉망이었을 것이다. 모든 굴욕을 참고 견뎌 비담을 왕으로 만들라는 마지막 명령. 그 명령을 완수하고 빨리 그 곁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미실이라는 이름을 끝까지 헛되지 않게 하는 게 먼저라고 마음을 고쳐 먹어가며 살았을 것이다. 하필 미안하다는 말이 마지막이어서 그 속은 다 썩어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그만 죽고 싶은데도, 그 사람이 남긴 다른 아들을 왕으로 만드는 것이 그 사람의 뜻이라 그것을 숙명으로 삼아 평생 지키고 받들면서 사는 마음. 저주에 씐 것과도 같은 이 사랑은 설원이 출정하기 전날 미실의 사당에서 조용히 읊조리는 말들에도 잘 나타난다.

“새주. 비담이 닮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저를 닮았습니다.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이 말입니다. 연모는 날아가는 새나 줘 버리라던 새주를 닮았어야 하는 건데…. 허나 새주의 마지막 당부였으니 따를 것입니다. 이번 전쟁을 비담에게 반드시 기회로 만들어주겠습니다. … 보고 싶습니다, 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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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서라벌에 설원의 부대가 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설원은 치명상을 입고, 이내 미실의 곁으로 간다. 그는 비담에게 다시 한번 미실의 마지막 뜻을 새겨 넣으면서도 유신에게 당부의 서찰을 남긴다. ‘유군을 이끄는 붉은 투구를 조심하십시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전장 이곳저곳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설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들이 미실이랑 정확히 닮은 것이 보이는지. 비담을 왕으로 만들려는 것, 그리고 신국을 사랑하는 것.






백제군이 계속 진격해 오는 상황에, 이제 남은 것은 상장군 유신의 복귀와 출정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유신을 보내려면 유신이 짊어지는 가야라는 이름을 떳떳하게 만들어야만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복야회를 어찌한단 말인가? 유신과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은 월야는 이제 독자 노선을 타서라도 반역의 죄를 등에 업고 마지막 몸부림을 준비할 것이었다. 복야회가 신라의 품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않는 이상, 유신의 혐의는 영원히 벗겨질 수 없다.

덕만의 해결책은 춘추이다. 춘추와 복야회, 둘 모두 덕만의 사후를 생각하는 자들이라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복야회는 자신들에게 갖은 선정을 베푼 덕만은 믿지만, 그가 죽은 다음에 올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미래를 믿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춘추는 덕만 다음의 왕좌를 생각하는 자이다. 때문에 복야회가 유신 대신 춘추를 왕으로 선택하게 된다면 춘추는 가야 세력을 흡수한 다음 왕으로서 권위를 세울 수 있고, 복야회는 덕만 다음에도 안정적인 미래가 올 것이라 마침내 믿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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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은 월야를 불러내어 가야 출신임을 알 수 있는 호적을 없애주고 이 모든 내역을 자신 사후의 어떤 왕도 변경하지 못하도록 칙서로 남길 것이니 복야(復倻)에 대한 뜻을 접고 유신이 아닌 춘추에 복종하라 명한다. 불안을 없애줄 테니 이제 그만 제대로 손을 잡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안을 거절한다면 유신이 죽고 가야 유민이 죽을 것이며 왕으로서 나의 말은 결단코 지킬 것이라는 말까지 해 버린다. 삼한일통이라는 대업을 위해 자신은 주역이기보다는 미래의 주역들이 무사히 그 미래에 당도할 수 있도록 길을 다져놓아야 하는데, 덕만은 기꺼이 징검다리가 된다. 통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 삼국통일로 가는 길목에 선 덕만은 신국의 통합부터 만들라는 숙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그리고 덕만은 바보같이 상처받아가며 품지 않는다.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상대를 단호하게 내칠 준비도 되어 있다. 또한 실질적 통합의 주역이 될 춘추에게도 덕만은 냉정하다. 덕만은 작중 마지막 성골이고, 때문에 춘추가 왕으로서 정당성을 얻기란 불리한 형국임을 잘 알고 있다. 이 형국에서도 춘추가 진정한 후계로 등극할 수 있도록 그에게 준엄한 준비를 명한다.

“문제는 나의 사후다. 내가 사라지고 나서 황실의 다음 후계자가 모든 것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유신이든 비담이든 그 누구든 왕을 노릴 것이다. 너는 진골이다. 네가 그들을 실질적으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천명공주의 아들이라는 것으로는 왕이 되지 못해. 네 손에 오물이 묻든 피가 묻든, 비담이든 유신이든 네가 장악하고 제압해야 한다. 내 뒤에 숨어 편히 가려하지 마라. 지증제로부터 내려오는 삼한일통의 대업은 결코 편히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덕만은 춘추를 대동해 복야회 산채를 직접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 가야민 호적을 태워버린다.

“이래도 믿지 못하겠느냐. 무엇을 더 해야 믿겠느냐. 무엇을 더 해야 너희들이 나의 백성이 되겠느냔 말이다. 이렇게 대치하여 유신을 죽이고 너희들을 죽이고, 다시 너희들은 신라인을 죽이고…. 그렇게 이어가고 싶으냐. 진정! 그리하고 싶으냐 말이다. 이것이 나의 최후통첩이다. 너는 여기 남아 월야와 반드시 타협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리 되지 않으면 춘추 너, 그리고 너희들… 모두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춘추의 기를 죽여가면서까지 그를 강하게 키우고 준비시키는 모습이다. 또한 덕만이 유신을 통해서가 아닌 가야인들에게 직접 권위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이 작품은 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덕만이 유신을 통해 이들의 왕이 되고자 했던 것은 이미 실패한 계획이 되었다. 월야와 복야회는 유신이 왕으로서의 덕만에 충성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덕만이 여성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이제까지 덕만과 유신의 관계를 연모로만 읽고 그들의 혼인을 통해서 유신을 국왕으로 만들 동상이몽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덕만은 지금, 왕의 모습으로 직접 위엄을 보여 이들을 압도해 버렸다. 덕만이 색안경을 스스로 부수고 그녀가 국왕임을, 단 하나의 지존임을 이렇게 납득시킨 것이다. 이제 덕만은 가야인들로부터 누구도 거치지 않는 충성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월야가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황궁으로 돌아와 충성을 맹세한다.

"복야회의 수장 월야. 이제 폐하와 춘추공께 모든 것을 맡기고자 합니다.”

전편에서 덕만이 유신과 비담을 양 날개로 택해 안정적 구도를 이어갔던 흐름이 유신의 복야회 혐의로 인해 비담에게로 쏠리며 무너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제 판은 비담과 그의 귀족 세력이 덕을 볼 것이 되어버리거나 지금 당장의 전쟁을 해결할 인물을 잃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덕만이 복야회를 춘추에게 주어 준비시키는 것으로, 두 가지 가능성은 차단되고 오히려 신라가 가야를 진정으로 흡수하는 이점을 보게 된다. 추가적으로 후계 구도까지 흔들림 없이 안정되는 결과가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야인들의 호적을 폐기시켜 ‘차별하려 해도 알 수 없을’ 미래를 직접 만들어 통합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폐하. 소신 춘추, 폐하의 명을 받자와 복야회 전원의 명단과 폐하에 대한 충성을 약속받았습니다.”

이렇게 유신과 가야는 신라의 이름으로 다시 쓰일 수 있게 되며, 유신을 전장에 보낼 덕만의 명분이 완성된다.

“허면 유신을 들라하라.” “유신을 상장군에 다시 제수하며 이번 전쟁에 왕의 모든 권한과 군 통수권을 위임하니, 대신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신국을 구하라.”

“상장군 김유신. 신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유신은 전쟁에서 백제군이 쓰는 술수를 빠르게 간파한 후 덕만에게 승리를 바친다.


이렇게 덕만은 현재와 미래를 전부 시야 범위에 넣어 더 큰 목표를 위해 득과 실을 챙기는 군주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덕만’의 것은 어떠한가. 왕이 아무렇지 않게 패도를 걸으면 걸을수록 덕만의 속은 다 문드러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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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왕은, 다시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신라의 진정한 통합을 만들어내 삼한일통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라는 숙명을 완수한 왕에게 남은 것은 이름을 다시 찾는 것뿐인 듯했다. 그리고 여기, 이제 더는 세상에 없어야 할 덕만이라는 이름을 자꾸만 꺼내려는 사람이 있었다. 비담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덕만의 또 다른 숙명이었다. <2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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