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안짱다리 백발 할머니]

백발 안짱다리의 할머니가 달린다.

by 갸리

오랜 세월 무릎을 쓸 대로 써 양다리가 밖으로 휜

백발 할머니가 저 멀리 버스가 도착하자 달리기 시작한다.


절룩절룩 무엇이 급한지 다른 사람보다 빨리 타려고 뛰는 뒷모습이 안쓰럽게 보인다. 그 연세에 뛴다는 것이 무릎에 얼마나 무리가 가는지는 내 어머니를 보더라도 충분히 가늠된다. 활처럼 휘어진 양다리로 앞서가는 아줌마의 어깨를 밀치며 몇 걸음 만에 따라잡았다. 정말 대단한 집념에 놀라울 따름이다. 뒤에서 보는 백발 할머니의 절룩거리는 다리 상태에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버스에 올라타려는지 이해해 보려고 해도 내 머릿속은 갸우뚱.


좌석에 앉고 싶은 마음에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 정도의 겉모습이라면 설령 앉을 곳이 없다 하더라도 충분히 자리 양보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내 어머니는 아니어도 자식 된 도리로서 안타까운 광경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백발 할머니의 성질이 급해서 일 수도 있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 일 수도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나이 들어 늙으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서 있기 힘들다는 것을 나 또한 늦은 나이가 돼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 처지가 되지 않은 많은 젊은이는 노인들의 무릎이 자신들의 무릎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꼬부랑 어르신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바로 앞에 서 있어도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를 많이 보게 되는 상황이 나에게 버릇없는 젊은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주입한다. 뭐 다들 나름의 힘든 사정이 있어 양보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나 또한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제발 내 앞으로 어르신이 안 섰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적지는 않다.


내 처지도 힘든데도 불구하고 자리 양보를 했는데 원래부터 자신의 자리인 양 고맙다는 내색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앉는 어르신을 볼 때면 나도 열 받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이런 일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나 글에서도 많이 보았듯이 대다수 자리 양보하는 젊은이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다는 것을 알기에 노인이 앞에 있어도 모른 체하는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무조건 젊으니까 양보해야 해'

라는 꼰대 같은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인간이 70년 이상 살다 보면 사람에 따라서 무릎이 닳고 닳아 계단 한 칸 내려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뒷걸음질로 계단을 내려가는 노인의 모습도 보게 된다. 다만 저 어르신들의 무릎은 나의 젊고 파릇파릇한 무릎과는 다르다는 것을 아주 쪼금은 이해할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양보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버스에서 제일 뒷자리에 앉으라 말하고 싶다. 나는 대부분 제일 뒷자리에 앉는 걸 좋아한다. 이 자리의 특징은 자리 양보할 확률이 확연히 줄어든다. 맘 편안히 앉아 갈 수 있는 자리라는 것.


젊은이들이여 그대의 무릎 사이 연골이 닳아 없어져 윗 무릎과 아랫 무릎이 맞물려 삐걱거리는 날이 온다는 것을. 그때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젊은이를 마주할 때 속에선 얄밉고 야속한 마음이 생겨난다는 것을.


아침 정류장의 백발 안짱다리의 할머니는 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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