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 아침 정류장
지긋지긋하고 강력했던 미세먼지 소식은 사그라들어 오늘은 마스크를 챙기지 않았다. 새벽에 내린 비로 길바닥은 촉촉이 젖어있다.
밤사이 우리는 1번, 2번, 3번, 4번, 5번 각자가 선택한 번호에 얼마나 많은 표가 몰릴지 가슴 조리며 지켜봤다. 물론 전 국민의 23%는 아무 번호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번호가 승리를 거둔 쪽은 기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쪽은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어찌 됐든 원하든 원치 않든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하룻밤이 지났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지만 나의 일상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정류장으로 향한다. 도착한 버스의 입구에서 뛰쳐나와 지각하지 않으려고 달리기 시작하는 여중생들. 엄마 손 잡고 즐거운 표정으로 쫄래쫄래 따라가는 유치원생. 노란색 유치원 버스 밖에서 언니 잘 다녀오라고 엄마품에 안겨 손 흔드는 동생. 노란 우산을 든 젊은 여성. 출근하는 직장인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건널목에 손에 손을 잡고 올망졸망 걸어가는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찬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환영의 뜻 일까.
오늘 아침 정류장의 모습도 어제와 다를 바 없다.
빽빽한 아침 출근 버스 안에선 "뒤로 들어가세요" 라고 말하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게임에 빠진 젊은이, 아침 드라마를 즐기는 아줌마, 아침 끼니를 챙기지 못해 빵을 먹는 여성, 화장하는 아가씨, 졸고 있는 남학생, 칭얼대는 어린아이 등등… 똑같은 하루의 일과를 지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밤새 세상은 쉬지 않고 돌고 돌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쿨한 듯 우리의 아침은 여느 날과 똑같은 출근길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