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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리 Jun 20. 2018

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금 불행한 사람들아! 이 책을 손에 들라!

지금 불행한 사람들아! 이 책을 손에 들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첫째,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행복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이라는 동물이 왜 쾌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직결된다. 곧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쾌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항상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먹는 것도 같이하게 되고, 행동도 같이하게 되니까 당연한 일쯤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사소한 일상이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남보다 물질적으로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행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사소한 즐거움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로또 같은 일확천금으로 기나긴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고. 이 책에는 행복이라는 관념적인 단어를 우리 눈에 보이게끔 쉽게 설명한다. 그중에서 딱 두 가지만 꼬집어서 말해보고 싶다.



2 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의 모습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 학자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해서 저자 서은국은 2천 년 전 행복론 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멀게는 호모 사피엔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철학적 관념에서 바라본 행복을 떠나 진화론에 근거한 행복론을 펼칠 때가 됐다고.


첫째,

정말 행복이란 무엇일까? 예컨대 배부르고 등 따습다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분히 배부르고, 추위를 막아줄 방 한 칸이라도 있으면 그 자체가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가 말하듯 행복이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것. 인생을 살다 보면 단지 배부르다는 것, 이 이유 하나만으로는 행복한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요즘이야 옛날 같지 않아서 어느 정도 밥은 먹고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행복이 흘러넘쳐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굶지 않고 밥만 먹고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한다면 반론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되면서 주린 배를 채우며 느꼈던 행복감이 예전만큼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음식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갈수록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때가 되면 여행도 가야 하고, 때가 되면 값비싼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때가 되면 좋은 집으로 이사도 해야 하고, 혹은 좋은 차도 사야지 충분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꾸만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꿔 봐.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게 달라져."라고.


그런데,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을 고치면 행복해질 거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령 손에 가시가 박혀서 아파 죽는 친구에게 "아프지 않다고 생각해"라고 조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각을 통해 바뀌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생각뿐이다. 


둘째,

인간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할 때 행복감을 느끼지만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Diener & Biswas-Diener, 2008). 결국은 사람이다. 레바논 속담에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라고 한 것처럼 곁에 사람이 없는 삶이 가장 빈곤한 삶이라고.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겐 이 부분이 가장 아프게 느껴졌다.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서 쾌감을 느끼고 행복한 감정이 생긴다는데, 나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의 지름길이라면, 나는 아마도 멀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인생에 꼭 지름길만 골라서 간다고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을 텐데....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최고의 한 줄을 고른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행복의 관념을 일깨운 책이라 하겠다. 


이 책과 같이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을 추천한다면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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