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리어카 할아버지]

리어카

by 갸리

버스가 가는 길 왼쪽으로 리어카 한 대를 끌고 지나가는 할아버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고 무거운 발놀림은 느릿느릿 고무바퀴를 돌린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려고 기사 아저씨의 핸들이 오른쪽으로 꺾인다. 오늘도 내 자리는 제일 뒷좌석의 왼쪽.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버스 바로 아래로 리어카 한 대가 지나간다. 그 리어카 옆으로는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져 조금이라도 아차 하는 날엔 바로 충돌할 수 있는 도로 상황. 아침 출근 도로의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유유히 굴러가는 리어카 바퀴.


할아버지의 리어카는 새벽부터 움직였는지 벌써 종이 박스가 쟁여있다. 아마도 저 리어카를 다 채우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도로 위를 끌어야 할지도. 좁은 인도와 각종 장애물로 인도로 가지 못 하고 위험한 도로 위를 활보하는 리어카들을 종종 보게 된다. 때로는 8차선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 사이를 횡단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는 리어카도 있다. 멀리서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정말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 정작 리어카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끌고 간다.



주로 이런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다수라는 것은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류 쓰레기를 싣고 가는 리어카는 뒤에서 보면 리어카를 끄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많이 쌓은 탓에 오르막길에서 리어카를 끌지 못해 끙끙거리는 장면이 기억 속에 남아있기도 한다.


산더미처럼 쌓아서 고물상에 팔아야 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 몇천 원 정도 일지도 모른다.


단돈 몇천 원에 엄청난 노동력이 예상되는 종이박스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노동력 착취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택가 골목과 도로를 누비며 모은 폐지로 벌 수 있는 금액은 종이 1kg당 고작 100원 정도. 산더미처럼 쌓은 리어카를 몇 번을 날라도 하루에 만 원을 벌까 말까. 종이 무게에 짓눌린 리어카 바퀴는 땅바닥과 평형을 이루는 모습을 본 기억도 있다. 그래서 리어카는 8차선 도로의 쌩쌩 달리는 차도 무서워하지 않고 굴러가는지도.



산더미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을 보면 자꾸 아버지 생각이 난다. 평생을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 본 일이 없는 나의 아버지. 덕분에 처자식은 고생 고생하며 살았다. 저렇게 힘든 악조건에서도 묵묵히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의 모습이 내 아버지였어도 절대 싫지만은 않았으리라. 저런 일을 한다고 해서 측은하고 불쌍한 감정보다는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단하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창피하고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보이는 일.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살아간다.


나의 아버지가 저렇게 열심히 살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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