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면 돈이 나온다?

- 도서관에서 책보다가 보석을 발견한 적이 있으신가요?

by 최 윤


토요일 오후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남아 송파어린이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책을 보지 못하고 대출만 가능한 시기인지라 사람들도 많지 않은 한가로운 오후였다.

내가 유년시절에는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들러 십진법분류표에 따라 대출신청목록을 작성하고, 책을 빌렸었는데, 요즘 서울 시내 동네마다 작은도서관들이 속속 들어서 있어 책읽기가 매우 편해져 감사할 일이다.


한 시인이 그러지 않았던가! ‘나를 만든 8할은 바람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읽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농경사회에서 혹자는 ‘책을 보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했다지만, 지금은 책을 통해 밥을 벌고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인문학 서적을 모아놓은 곳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던 중 가슴을 두근거리는 일이 생겼다. 고른 책 속에 5만원짜리 2장이 끼어 있는 게 아닌가?

잠시 책을 덮고 주위를 살피고 찰나의 고민에 빠졌다. 책에서 신사임당 그림이 있는 2장의 종이만 빼어 갈 것인가?, 그냥 책을 빌려 갈 것인가?, 도서관 사서에게 전해 잃어버린 돈의 주인을 찾아줄 것인가?

내가 돈만 가져간다 해도 욕먹을 일은 아니고, 도서관 사서에게 이 돈을 찾아주라고 해도 돈에 이름도 없는데 어떻게 찾아준다는 말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돈을 책 속에 넣었을 주인이 생각났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잠시 비상금을 감춰둘 요량으로 인문서적에 돈을 넣었다가 아내가 빌린 책을 모두 반납해 버려, 돈을 잃어버렸을 남편의 상실감은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안절부절할 주인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책을 들고 사서에게 가서 가장 최근에 대출해간 분을 찾아서 돈을 전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하자, 사서는 나를 위아래로 살피고 사무적으로 대출자를 검색하고 있었다.

몇 일 뒤 도서관을 다시 방문하였을 때, 사서에게 그 돈의 주인을 찾았는지 묻고 싶어졌다. 혹시 이전 대출자가 내 돈이 아니라고 하면, 돈을 주운(?) 나에게 주지는 않을까 싶은 흐뭇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돈의 주인을 찾았으면, 주인에게는 공돈이 생긴 날일 것이고, 혹시 못 찾았다고 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잡수익으로 처리하여 새로운 도서구입에 보탬이 되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보고 읽다 보면, 책 속에 돈이 나오니 그 진실을 경험하라고’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책의 제목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방문할 땐 인문학 책장에서 그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돈을 넣어놓고도 잊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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