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수 없는 모든 도시인을 위한 응원
지금의 도시는 사람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십년 넘게 여러 나라에서 살아왔다.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문화와 환경.
그 속에 빠르게 흡수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살아온 세월이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살기 힘든 도시는 바로 이곳, 서울이다.
도시는
더 이상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로
점점 더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동네 벤치, 골목, 공터 같은 공간들이
그 자체로 시간을 담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다르다.
머무르기 위해서는 조건과 댓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간은 소비를 전제로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비용으로 환산된다.
카페에 앉아 있는 시간,
어딘가를 걷는 경험,
잠시 쉬는 순간조차
지불 가능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리고 그건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계속 이동해왔고,
직장마저 계속 변화해 왔다.
이동하고, 돌아오고, 다시 시작하고.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도시를 다시 보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곳에서는
멈추는 순간 밀려난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곧바로 불안이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더 나은 조건을 향해서,
더 높은 성과를 향해서.
도시는 사람을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람은 그 안에서 머물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나는
잘못 살아 온게 아니라
그저
멈출 수 없는 구조 안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멈출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덜 무너지게 된다.
오늘도
쉼없는 도시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잘 하고 있다고,
충분히 견디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각자 실패하고 있는게 아니라,
같은 구조 속에서 순응하며
함께 살아내고 있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