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라는 말 앞에서

브런치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by 결 Gyeol

짧은 문장이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내가 잘못 읽은게 아닌가 싶어서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게 환희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바로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모니터를 보다가 "어!?" 하는 소리에 같이 있던 딸아이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 한가운데가 조용히 뜨거워졌다.

통과.


그 말이 이렇게까지 기쁠 줄은 몰랐다.


사십 대가 되면 웬만한 일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합격과 불합격, 선택과 탈락을 이미 여러 번 겪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글을 정리하며, 신청서를 쓰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마음은 "괜찮아, 아니어도 괜찮아" 였다.


그런데 통과라는 말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그 단어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플랫폼의 승인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래도 계속 써도 된다', '당신의 글과 마음이 궁금해졌어요' 라는 허락으로 느껴졌다.


이 나이에 무엇을 또 시작하느냐는 질문을

나는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던졌다.

이미 해야 할 역할은 충분히 많고,

도전은 늘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사십 대를 기록하고 싶었고,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시간을 남기고 싶었다.


이번 통과는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

그러나 작게, 아주 작게

나를 인정해주는 표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사실

브런치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보다

내가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저 스스로에게 격려해줬다.

잘했다.

멈추지 않아서.


이곳에서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제 나는 쓰려고 한다.

사십 대의 삶을,

엄마로서의 시간과,

전문직으로서의 고민을,

때로는 권태롭고 때로는 단단한 관계를.


작지만 간절했던 통과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즐겁게 나의 기록을 써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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