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오랫동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늦은 밤까지 논문을 읽고, 밑줄을 긋고, 글을 쓰고, 다시 의심하고, 다시 정리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박사과정,
고단했던 연구원생활,
쉴틈 없던 교수생활이었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답답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시간이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가 가장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조용한 책상 위에 펼쳐진 논문들, 처음엔 이해되지 않던 문장이 어느 순간 또렷하게 연결되는 순간,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의 구조로 정리될 때의 전율.
학생들에게 내가 배워오고 느껴온걸 전달하며 느끼는 행복함.
그건 성취라기 보다 몰입에 가까웠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좋았다.
그런데 그 시간을 설명하는 일은 늘 어려웠다.
"돈도 안되는 공부를 왜 그렇게 해?"
"연봉도 낮은데 왜 그걸 붙잡고 있냐?"
"차라리 장사를해, 알량한 자기만족 하지말고, 다 너 위해서 하는말이야"
그 말들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부정하는 문장처럼 들렸다.
마치 내가 붙잡고 있는 시간이 쓸모없는 취미이거나,
현실감각 없는 고집처럼 취급되는 느낌.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씩 무너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변명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몰입을 설명해야 하고, 나의 선택을 합리화해야 한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돈의 가치를 안다.
생활을 유지해야 하고, 책임도 있고, 미래도 준비해야 한다.
그 현실을 외면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돈과 함께 명예와 가치도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공부했고, 무엇을 사유했는지, 어떤 문제를 붙들고 씨름했는지.
그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존엄을 느낀다.
그러한 노력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노력 다음에 오는 것은 즐김이다.
이기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한 몰입.
증명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기 위한 시간.
나는 여전히 상처받고 흔들린다.
하지만 안다.
내가 가장 또렷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연구도 강의도 모두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해가 깊어지는 그 순간.
나는 그 시간을 지킬 것이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재단되지 않는 나의 리듬을.
노력 다음에 오는 것은 성공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단지,
무너지지 않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