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06 나는 나를 붙잡는다

머무는 생각, 감정 너머에서

by 결이

어느 날 문득,

이 시간이 ‘참아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저 ‘지나가는 시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 감정을 오래 눌러두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왔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금세 지치고,

정서적인 압박이 쌓일수록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칠 수도 없고,

모든 걸 끊어낼 수도 없다.

얽혀버린 관계도, 책임도, 생활도

이제는 내가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회색지대 한가운데에 선다.

이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로도 쉽게 떠날 수 없는 공간.

한때는 따뜻한 온기와 웃음이 머물던 곳.


그 안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이건 그냥 지나가는 거야.”


참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중이라고.


물론, 지킨다는 말이
항상 단단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가끔은 내가 나였던 얼굴조차 희미해진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나고 나면,
감정도, 생각도,
한때는 나를 이루던 결도
조금씩 희미해지는 기분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지금은 흐릿할지라도
언젠가는 이 시간조차
내가 나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순간이었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흐릿한 시간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들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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