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결] #07 그 손끝에 머문 마음

머무는 생각, 감정 너머에서

by 결이



"두려워하는 모습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거든."


영화 속 소년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었다.


휴일 오후.

명작을 실사로 다시 제작하게 되어 화제가 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본 원작은 유쾌한 판타지 모험쯤으로

기억했던 작품이었는데, 이번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은 부족하고,

어설프고, 잘하려고 애쓰지만 늘 어긋난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늘 외면받는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인간과 절대적인 적으로 여겨지는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그러지 않는다.


모두가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오히려 조심스레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손은, 두려움 속에서도 닿았다.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된 동료는

배신감을 느끼고 소년에게 묻는다.

왜 죽이지 않았냐고.

소년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 모습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짧은 한 장면이었지만, 그 대사는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건드렸다.


왜일까.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감정이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해받지 못한 채 무언가를 꺼내 보인 순간이 있지 않을까.
닿을지 모른 채 손을 내밀고,
그저 조용히 기다리던 시간.


영화 속 소년은 특별히 용감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만의 용기를 냈을 뿐이다.
그 모습이 어쩐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때때로 다름을 이유로 외면하거나
혹은 외면당하며 살아간다.
진심이 어긋나는 순간도,
진심을 받아주지 못했던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내밀었던 손,
혹은 조심스레 다가왔던 손 하나쯤은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그 장면은 유독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두 존재가 마주 서서
두려움을 알아고,
관계를 배워가는 그 흐름이.

그건 어떤 바람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꺼내어 놓는 일.

꼭 특별한 결말이 아니어도,

그런 순간들이 한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남을 수 있다는 걸

그 장면이 말해주는 듯했다.


그렇게 남겨진 마음은,
언젠가 떠오르는 바람처럼
조용히 삶을 스쳐간다.


그리고 우리는 문득,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된다.

닿지 않았을 수도 있는 마음.
그러나 분명, 진심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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