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결] #08 잊혀진 계절, 남겨진 감정 속에서

잊혀진 계절, 오래된 기억 속에서

by 결이

가끔은 마음을 꺼내 보이는 것보다,

마음을 꾹 눌러 안고 있는 게 더 큰 용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도록 그 마음을 안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드러내지 않아도

언젠가는 닿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 마음이 조용히 곁을 맴돌며

하루하루를 흔들었고,

또 하루하루를 버티게 했다.


많은 걸 잃은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난 여전히

그 감정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바람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무엇 하나 허투루 주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

내게는 선물처럼 남아 있었다.


누군가에겐 이해되지 않을

오래 머문 감정이겠지만,
그 시간이 허망하지 않았다는 건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미련스러웠지만,

그 모든 감정이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다.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끝엔

아직도 그 계절이 머물고 있지만,

바꾸고 싶던 마음도, 결국엔 조용히 곁에 두게 된다.


그렇게, 다시 오지 않을 계절 하나가

아무 말 없이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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