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하사탕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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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세련되진 않지만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영화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 때문이다. 그 질문들은 처음에는 나에게로 왔다가, 이어서는 사회를 향하는 듯하다가 결국 삶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시시하지 않은 이런 질문들을 상대하다 보면 마음이 번번이 비참해진다. 외면 않고 현실을 바로 보는 영화의 시선들이 징그러워 피하고만 싶다. 그러나 피해서는 안되는 것도 알고 있다.
박하사탕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규정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폭력적인 구조 속에서 개인은 너무나 무력하게 가해자가 되었다가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순수를 잃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에 반해 다시 순수를 찾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다시 돌아가려는 소리 칠 땐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 그것이 슬프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1950년 6월의 군인이었다면, 1980년 5월의 군인이었다면, 1987년 6월의 전경이었다면, 그리고 2016년 11월의 의경이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그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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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저는 메시지를 주기보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주려 한다"며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질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그 대답을 찾게 되는 영화를 꿈꾸고 있다. 그것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뭔가 남아있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그 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담으려 하고 관객이 그 대답을 자기 인생에서 찾게 하는 게, 어쩌면 제 영화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미학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관객들은 비로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기에 이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