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이태원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압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압사라니… 우리나라서 압사로 10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건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다. 끔찍한 소식에 잠을 이루기가 버겁다.
서울에 살 때는 자주 놀라가던 이태원이었기에, 그 거리를 나도 자주 지나쳤기에 다른 사고 소식보다도 훨씬 놀라게 된다. 소식을 좀 더 찾아보니 실시간 영상으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의식을 잃어 쓰러져 있고 경찰, 소방관 그리고 시민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계속 뉴스를 새로고침한 결과, 사상자는 끊임없이 불어나 처음 20명 대에서 지금은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정말 끔찍한 참사가 Halloween Day 라는 미국의 행사를 기념하던 중에 일어났다.
특히나 끔찍했던 장면은 사고 현장 근방에서 응급 환자들이 수송되는 순간에도 수십 명이 함께 뛰며 ‘Sex on the Beach’ 라는 제목의 팝송을 떼창하는 영상의 장면이었다. 인류애를 상실했다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 장면이야말로 그 표현이 가장 적절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SNS에 이태원에서 찍은 코스프레를 한 채로 행복한 표정을 한 사진들이 (심지어는 안도하는 글과 함께) 올라오고 있다.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은 밤이지만, 자꾸 그 잔인한 장면들이 맴돌고, 이 모든 비극을 그들에게 돌리고 싶은 불합리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한편,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이다. 사고 순간이 SNS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사상자들에 대해 비난이 각종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 보인다. 미국의 축제를 기념한다고 그렇게나 많은 인파 속에 동참한 것이 철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피해자에게 겨누는 건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피해자들을 향하는 날카로운 네이버 댓글들이 너무도 가혹해 가슴이 차갑고 찌릉거린다. 누구라도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 보다 같이 애도할 때라고 호소하고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지금 누구보다 슬픈 건 그들의 가족들과 친구들일 것이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거두자. 지금은 그저 너무도 불운했을 뿐인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다.
너무 추웠을 그들이 부디 따뜻한 곳으로 향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