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6.21. '아저씨 축무 프로젝트' 당일
대망의 6.21. '아저씨 축무 프로젝트' 당일, 결혼식은 정오 12시.
우리는 오전 9시 결혼식장 근처 연습장에서 모여 마지막 연습을 시작했다. 10시에는 결혼식에 미리 들어가 리허설까지 진행해 보았다. 생각보다 무대는 협소했고, 무대를 보니 이제 진짜 실감이 나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어느 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고 있었고 하객들이 웅장한 식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이런 두근거림이라면, 신랑 A는 어떤 기분일까. A는 무대 생각에 하객 맞이에 집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신랑 머리로 들어갈 순 없으니 내 얘기를 하자면 무대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솔직히 '나라도 틀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이 맴돌았다. 한번 뿐인 그의 결혼식에서 옥의 티가 될 순 없었다.
그래도 리허설을 한 영상을 찍어서 확인해 보니, 검은 티에 정장 자켓과 바지를 입은 우리 모습이 꽤 절도 있고, 연습된 분위기가 제법 느껴졌다.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다. 첫 연습 영상을 떠올리면 이건 정말 격변이 아닐 수 없다.
식이 시작한 지 30분 쯤 되었을 때, 우리는 식장의 뒤 편이었던 관계자 출입 비상문에서 등장을 준비했다.
처음에 1명이 무대에 있고, 2명이 예상치 못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고, 뒤따라 2명이 따라 들어가는 구성. 입체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던 계산이었고, 연습 막바지에는 출입 동선 체크를 많이 했었다. 시작부터 틀리면 정말 난감해진다. 초긴장, 예민한 상태로 사회자의 멘트를 경청하게 되었다.
어느 덧 무대 밖에서는 신랑의 친구였던 아나운서인 사회자가 우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작은 바람이 있었다면, 우리를 "직장인이 된 대학 친구들이 모여서 준비한 무대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로 담백하게 소개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 중앙 댄스 동아리 OOO 출신의 친구들이 모여 축무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너무 기대되는데요.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소개되었다.
농담 삼아 "아 사회자 일 못 하네!!!ㅋㅋㅋㅋ" 라고 애꿎은 사회자를 탓하기 시작했다. 기대감 없이 보다가 '생각보다 잘 하는데?'라고 느끼게 하는 게 우리의 게임플랜이었건만....하하
드디어 BTS의 Dynamite 노래가 시작됐고, 문이 열렸고 등장해서 내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크게 어려운 동작도 없고, 수백 번 연습한 동작이라서 사실, 틀릴 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긴장하고 사람들 시선이 느껴지니까, 그 순간에 정말 음향이 안 들리고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는게 스스로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경험주의자인 나는 못하는 걸 알면서도 참 이것저것 많이 해 봤다. 그런데 직접 도전하고 부딪혀보면서, 이제는 부딪히지 않아도 알 만한 것들이 생겨나곤 한다. 세상엔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차라리 공부가 제일 쉬운 일이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될 따름이다.
다시 본론으로 무대 얘기로 돌아가보자.
오르기 전에는 걱정 반, 긴장 반이었는데 무대에 오르자 사실 너무 너무 짜릿했다. 사람들의 눈이 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하객 중 우리가 아는 지인들을 찾아 보았고 환한 미소가 보이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특히 신랑 A가 등장하는 순간에, 환호성이 크게 터졌다. "와!!!!!!" 또는 "하하하 하하하하" 라는 식이었다.
신랑이 멋지게 무대를 리드하자 분위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신부의 얼굴을 마주하고 동작을 많이했는데, 아름다운 그 날의 신부의 표정이 정말이나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 때 꽤나 벅참을 느꼈다. '오늘의 주인공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구나. 그럼 이걸로 됐다...' 나 역시도 같이 벅차 올랐다.
그렇게 무대가 끝났다. 박수를 받았고, 지인들로부터 기대보다 잘했고 재밌었다는 평을 전해 들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예술 공연은 사실 짧은 기간의 전시를 위해 그에 10배 또는 100배가 넘는 연습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가성비로 치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나에 대해 CHAT GPT가 분석한다면, 친구를 위한 이날의 '축무'는 계산으로 나올 수 없는 결과값일지도. 그렇지만, 이 무대를 통해 나는 친구들과의 의리, 신랑 신부에 대한 선물, 그리고 개인적인 뿌듯함을 챙길 수 있었다. 이런 가치들을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고, 가심비면에서는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겠다.
친구들과 마무리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고 하나 둘 헤어졌다. 시원섭섭했다. 퇴근 후 7시 사당의 아이돌 연습실에서 모이던 시간들이 종종 떠오를 것만 같았다.
‘아저씨’들은 아무 것도 책임질 것이 없던 20살에 만났다. 이젠 30대 초반, 아직도 미성숙함 투성이인데, 하나 둘 각자의 가정을 꾸릴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