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이 아이돌 연습실에 모인 이유 (3)

어느 봄날, 신랑의 청첩장 모임

by 글쟁이 결변


4월 말, 멀게만 느껴졌던 6월 말의 결혼식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2달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또 사당 연습실에 모였고, 그날 밤은 신랑 A의 청첩장 모임도 있는 날이었다. 공연곡에 대해선 이 연재에서 설명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부끄럽게도 무려 BTS의 노래 중 한 곡이 선정되었다!


우리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6명이서 같이 공연하는 곡이고, 어르신들도 보다 보니 격한 힙합무대도 부적절하고, 모두가 알 법한 노래가 되어야 흥이 살 것 아닌가?(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주절주절 ㅎㅎ)


연습은 벌써 어느덧 4회 차에 이르고 있었다. 각기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6명이 빠짐없이 연습시간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항상 모두가 가능한 시간으로 정해도 불가피하게 당일이 되면 아니나 다를까 돌아가면서 1명씩은 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독무가 아닌 군무이고, 무대 위에서의 동선이 있다 보니 1명이 빠지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우리는 크게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초조한 마음도 슬슬 들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만났던 주기로 본다면 지금부터 약 2-3회의 연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다행인 점은 처음 연습을 촬영했던 때와 다르게 눈에 띄게 동작이 정돈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제 다들 동작을 거의 익힌 상황이 되었고, 박자를 종종 놓치는 경우나 방향을 틀리는 실수가 여전히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이젠 얼핏 보기엔 제법 ‘무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느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날 연습에선 리더 B는 역시 특유의 박자감과 눈썰미로 어떤 사람이 틀리고 있는지 귀신같이 잡아내고 있었다.

물론 역시나 아재 F가 가장 많이 발각되었고 그 녀석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오케이 오케이 ㅎㅎ 제대로 해볼게!!! “ 외치고 있었다.


재밌는 점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결혼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신곡을 준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무색하게, 이제 와선 어느 아재 하나라고 할 것 없이 우리가 준비한 이 곡으로 다른 아저씨 결혼식에서도 계속 돌려 막자는 이야기에 모두들 동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무대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A의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다들 들었을 따름이었다.


한편 우린 이젠 동작의 크기를 키우기, 확실한 ‘업 / 다운‘, 느낌 살리기 단계에 돌입하였다. 또 무대의 크기에 따른 동선의 크기, 무대 복장 등을 고민할 차례에도 이르렀다. 늦어도 5월에는 최종 리허설과 같은 느낌이 나야 한다.


당일날 현장의 분위기를 상상해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과연 이 무대를 사람들이 즐길까? 그래도 좋은 의미를 가지고 이렇게 오랜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편안하고, 또 역설적으로 새롭다.


우린 알고 있었다. 다들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여름이면 떠나곤 했던 이 모임의 자유분방함이 금세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시간이 더 값진 시간일지도 모른다.


연습이 끝나고 신랑 A의 청모는 족발집에서 이뤄졌다. 축무에 참석하지 않는 동아리원 친구 3명도 모였다.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만큼 다들 배불리 먹었고, 100번쯤은 들었던 것 같은 대학시절 옛 추억들이 안주가 되었다.


사회에서는 존중을 받는 아조씨들이지만 여기서만큼은 이유 없는 힐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성인으로 불렸지만 성숙함이라곤 찾기 힘들었던 서로의 추하고, 철없던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조씨들이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만큼은 ‘척’할 필요 없다. 내가 가진 비겁한 모습까지 감내하고 교류하고 있는 친구들이기에 이들이 내게 특별히 어떤 호의를 베풀 거란 기대도 없고, 대신 웬만한 일로 이들이 나를 떠날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뜨뜻한 쇠고기 국밥만큼 든든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어떤 향신료가 있을지 모르는 타지의 음식처럼 불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아온 친구들이 우연히 같이 모여,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런 관계가 되었다.


그날 밤도 시간이 어느덧 일요일 밤 9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식당에서 마감을 알려와 모두들 일어나야 했다.

2차를 어디갈 지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날 모임의 마지막은 역시나 ‘롤(lol)’ 게임을 하러 피시방에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대한민국 남성으로 태어나 롤을 하지 않는 죄로 아재 F는 혼자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F도 한두 번은 배워서 같이 해보려 했었지만 극명한 실력차이 때문에 더 이상 롤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을 해버렸다. 그래서 F를 위해 롤 말고 다른 콘텐츠를 해보려고도 했지만, 다들 결국 롤을 하는 결론을 기다리곤 있었던 것 같다. 공리주의를 믿는 F는 친구들이 다소 야속하지만 또 별 수가 없으므로, 또 피곤하기도 하기에 설득을 멈춘다.


그렇게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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