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ㄱ38
'장미의 꽃말이 뭔 지 알아?'
'뭔데?'
'장미의 색에 따라 꽃말이 다 다르데. 그래서 나는 네가 그렇게 다양하게 꽃 틔워지길 바라.'
왜 하필 이름이 장미 따위여서.
회심의 표정을 지으며 싱긋 웃는 그를 보며, 나는 꽃 틔워지고 싶은 적 따위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피어날 수 있는 꽃이라면, 인생이 이렇게 까지 시궁창 같지는 않겠지.
꽃은 고사하고 나는 지나가는 들풀조차 될 수 없는 인생이었다. 어릴 적부터 안 해본 일자리가 없었고, 밑 빠진 독은 깨부수니만 못했다.
나날이 들이부어도 들이붓는 족족 그 바닥을 보였다. 아니, 차라리 그 바닥이 쉽게 드러났으면 차라리 좋았을 터였다.
희망은 절망보다 지옥에 가까워서 어딘가의 길이 보인다고 생각이 들 때쯤 나를 짓이겼다.
'이것도 꽃이라면 꽃인 건가.'
붉게 덧바른 입술이 선명했다. 그래, 하필 꽃으로 태어나 이 손 저 손 옮겨가며 시들어갔다.
꽃은, 사람의 손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살아나야 할 이유를 찾을 필요 또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