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너에게
그러니깐, 이토록 겁 많고 귀찮음이 심하며, 대책 없는 내가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부터 세상을 경험해보고자 했던 엄마는 시험 전 날 어차피 공부해 봤자 점수 크게 안 오른다며 국제영화제를 덥석 데리고 가던 사람이었다.
염려가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 안에서 더 중요한 가치가 그것이라 생각했고 공부나 경험은 좀 더 다양한 선택을 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늘 말했다.
아빠는 사실 남들과 다른 것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게 자란 나를 짓누르지도 않았다.
좋은 것, 비싼 것, 고급스러운 것은 그것이 내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닌, 그런 것을 경험해 본 뒤에 선택하는 사람의 무게가 다르니 좋은 것들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장에서 소주 마시는 것을 좋아하더라도, 고급스러운 라운지에서 위스키도 마실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썩 풍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들 덕분에 물질적이 아닌, 심리적으로 부족하게 살지는 않았다.
여행은 내가 고를 수 있는 것 중 가장 비싸고,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저렴한 가성비를 찾을지언정.
엄마 아빠와 여행을 간다는 건 멋모르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가던 그들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려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잠시라도 한눈팔 수 없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거리는 더 많았다. 나는 매번 툴툴거리고 잔소리나 할 줄 알았지, 그들이 내게 해 준 반의반도 하지 못하는 못난 딸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내게 세상을 알려준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다.
엄마와 이야기하면 내가 예민하고 성격이 지랄 맞음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내내 그랬다 ㅋㅋ 그래도 우리 처음 여행했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를 덧붙이며.
그래, 평생 알맞은 관계가 어디에 있을까 모두 맞춰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