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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Apr 19. 2023

23, 말라가여행

언젠가의 너에게


좋아하는 것, 선명한 색감,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는 변화하는 순간, 부서지는 햇살, 일몰, 창밖, 별이 쏟아지는 거 같은 야경, 살짝 서늘한 듯 청량한 공기.
'너는 어떤 여행 스타일이야?'
창희오빠는 그렇게 질문했다. 보통 여행에 관한 질문은 장소를 물어보기에, 어떤 여행스타일이냐는 나를 묻는 질문은 거의 처음 받아본 것 같다. 내가 말한 적은 있어도. 도시에서 꼭 가봐야 하는 것, 꼭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내 색깔로 그 도시가 물드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그래서 관광지를 들어가는 것보다 대충 방향만 잡고 도시를 어슬렁 거리면서 골목을 뒤져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러다 현지인과 인사라도 한마디 주고받으면 그게 바로 그 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어폰을 꽂은 채 좋아하는 노래를 틀면 내가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고, 그 도시가 그 음악으로 기억남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받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낯선 해변이 퍽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안온하다. 이번 여행에 꽂힌 단어.
해사하다. 햇볕이 흩어진다.
안녕 나의 스페인.
창 밖만 가만히 보고 있어도 행복함이 밀려든다. 10년 만에 유럽이라는 생각만 했는데 나 인생을 꽤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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