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굥굥 Feb 17. 2024

취향

ㄴㄱ25

취업을 준비하면서 SNS계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평소에 어떤 사람과, 어떤 소통을 하고, 어떤 게시글들을 좋아하며, 팔로우하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다는 것이었다.
업무와 관련된 글들을 보다 보면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보기도 한다.
나는 남의 취향을 들이다 보는 것과 아주 밀접한 일을 하고 있구나, 새삼 실감한다.
그렇다면 나의 취향은 무엇인가?
사실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 지금 곰곰이 떠올려봐도 대답이 영 시원찮다. 트렌드가 중요한 일을 하면서 트렌드에 꽤 무딘 성격 탓도 있을 테다.
화장품, 옷 등의 브랜드를 따진 적도 거의 없고, 하나에 집착하기보단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대로 골라 쓰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파고드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보니 브랜드 충성심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항상 고만고만하게 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딱 네 취향인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에게 내가 하나의 색으로 기억된 것 같아 고양감이 들곤 하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나는 그런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색, 어울리는 옷, 즐겨 찾는 음식, 자주 듣는 음악, 숨겨둔 장소.
때로는 내가 스스로에게 학습시킨 것에 의해서 내가 재창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나의 취향을 떠올리는 것이, 어쩌면 나의 아주 단면적인 일부일 텐데 나를 그 취향에 욱여넣을 수도 있겠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그 취향이 정말 당신의 것이 맞나요?

작가의 이전글 24, 삿포로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