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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Feb 19. 2024

고통

ㄴㄱ26

고통의 역치.
글을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또 그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실감하기도 한다. 나는 친구라는 단어를 나이에 제한두지 않고 사용한다. 간극이라는 낯선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고통이나 취향과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고통보다는 통증, 괴로움, 아픔등의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발을 찧었다면 누군가는 고통스럽겠다는 표현을, 누군가는 아프겠다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나에게 습관처럼 베인 표현이 있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깨닫는다. 또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조합하거나, 나만의 표현처럼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편하게 쓰는 것도 즐긴다. 가끔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변태스럽다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고통의 역치.
내가 고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보통 역치라는 단어를 함께 덧붙인다. "나는 고통의 역치가 낮아서.."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은 탓인가 칠칠맞은 탓인가. 어딘가 아플 때 병원은 자주 가면서 또 누군가에게 엄살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가끔은 타인과 몸을 바꿔 내가 정말 아픈 것인지 엄살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그렇게 아프고 아프다 보니 어쩌면 아픔에 조금 무뎌져 고통의 역치가 높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좀 많이 아프면 어떤가. 남이 가진 아픔이 크다고 해서, 감정이 크다고 해서 내가 가진 아픔과 슬픔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어쩌면 너무 많은 고통을 참고 지내서 고통이 익숙해져 낯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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