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굥굥 Feb 20. 2024

ㄴㄱ27

어두운 방을 짧은 진동소리가 채운다. 잠깐 밝아지는 화면에 잠을 뒤척이던 희는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확인했다.
"개자식...."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에 들려 이불 끝까지 머리를 파묻어 보지만 잠이 쉬이 들리 만무했다.
사실 잠들기 힘든 밤이면 파블로프의 개새끼 마냥 그가 떠오르기도 했다. 둘 다 개라는 점에선 어쩌면 닮았는지도, 결국 같은 개새끼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뜯긴 셈인데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비릿한 생각에 도달하자 희는 결국 침대를 벗어났다. 3시 23분. 며칠째 제대로 잠들지 못해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부서질 것만 갈았다. 잠시 휘청거렸지만 그마저 대수롭지 않았다.
잠들기 전, 아니 몸을 뉘이기 전 떠 둔 물 잔에는 냉기를 벗은 물방울이 타고 흘러내렸다. 목을 간단히 축인 채 식탁 의자에 몸을 동그랗게 말아 앉히자 어두운 방안에 혼자 들어오기 싫어 설치한 센서등 불빛마저 꺼져 적막을 밝혔다.
이럴 때면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 또한 개자식의 잔해였다.
사실, 개자식이라 세뇌하여 개자식이구나 싶을 뿐 그에 대한 현실감이 있지는 않았다. 불현듯 이렇게 그가 현실로 들어올 비집고 들어올 때가 아니면.
결국 희의 입술 사이로 흰 연기가 비집어든다. 몸에 좋지 않은 건 늘 혀끝을 맴돈다.

작가의 이전글 고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