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그거 알아?
내 방에는 할아버지가 써줬던 쪽지 하나가 멋대로 뒹굴고 있어.
때로는 책사이에서, 때로는 가구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타나기도 해서 나를 울려.
근데 나는 또 그렇게 멋대로 굴러다니게 내버려 두고 있어.
할아버지의 흔적이 내가 찾지 않은 순간에 불현듯 나타나도록.
내가 찾을 땐 찾을 수 없도록.
그건 또 알아?
다들 할아버지의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낯설다고 할 때 나만 그걸 눈치챘어. 쉬엄쉬엄 우리 집을 올라올 때 할아버진 종종 그런 표정을 지었어.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그 쉼의 틈새를 나만 어쩌다 봐버렸나 봐.
근데 그건 알아?
나 할아버지가 가던 마지막도 못 봤지만 제일 많이 울었던 것도 나야. 빈소가 차려진 뒤에, 그리고 마지막을 보내면서도.
그러면 할아버지가 편하게 못 간다며 떼어내진 것도 나야.
근데
안 갔으면 좋겠어.
나는 잃어보는 게 처음이라서 너무 준비조차 하지 못했어.
감히 나를 향한 애정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어.
그 빈터에 남겨진 시간을 가늠 치도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몰랐어.
그래서 나는 보낼 수 없어 그리도 울었나 봐.
그러니깐 감히 나에게 잠시만의 시간을 허락해 주면 안 될까?
내가 감히 그 시간을 허락받아 살아있는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말하고 끌어안을 수는 없을까.
나는 당신을 잃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알았는데 그 시간에는 당신이 없어.
그래서 그 공백을 내 삶에 끼워 당신과 살아가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근데 감히 바라건대. 이제야 감히.
내 앞에 잠시라도 그 시간을 허락해 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