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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Mar 28. 2024

24, 태국 치앙마이 여행

언젠가의너에게

9년 만에 태국을 왔다.
여행에서 남은 돈들은 대개 그대로 모아두는 편인데 스위스 다음으로 간지 오래된 화폐가 태국이었다.
그간 참 부지런히도 다녔구나.
그동안 내가 대단히 달라졌나 생각해 보면, 사실 모르겠다.
치앙마이는 첫 가족여행이었다.

예약한 숙소는 예약이 되지 않아 현지에서 다른 숙소의 문을 두드리고,
버스터미널까지 가기 위해 탄 툭툭은 한참을 돌아가고.
야간 버스를 놓칠 뻔하여 뛰어 들어가서 겨우 탔다.
첫 가족여행을 나답게 다니니 어리숙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좋았다.
그래서 대책 없이 가도 여전히 그렇게 나를 받아줄 것 같았다.

출국 한 시간 10분 전에야 퇴근해서 정신없이 공항으로 달려가고,
빠이행 버스는 예약도 하지 않아 터미널 근처에서 3시간을 보냈다.
빠이를 도착하고도 숙소에 짐만 던지고 뛰쳐나가 선셋 투어를 예약했다.
기다리는 동안 선라이즈 투어를 하겠냐는 말에 끄덕였다.
그게 세 시간 거리인 줄도 모른 채였다.
오토바이도 못 타면서 스쿠터를 빌리겠다, 무모했다.

9년간 그곳은 대단히 달라졌다.
내 기억 속 조그마한 동네는 어디 가고 없었다.
가끔 우리는 그 본질을 잃은 채 내가 만들어둔 허상에 멋대로 기대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았다.

여유로운 도시를 여유롭지 않게 다니고 있지만, 나에게 여유는 더 늘어났다.
어쩌면 나에게 여유란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삶에서 놓치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움켜쥐면 그 빈손에 때론 무언가 남겨진다.
그것이 오롯이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겠지.
순간도 사람도 흘러가는 것이 내 품에 들어올 때가 있다고 믿는다.
사실 흘러가는 그 모든 것을 움켜쥐려 동동 거리는 것이 나겠지.
그리고, 그래서 나는 결국 지금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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