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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굥굥 Nov 05. 2024

24, 필리핀 보홀 여행

언젠가의너에게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엄마 인생의 절반이 넘게 내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 가장 가까웠다.
내 평생에 엄마가 있었지만
사실은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기엔 좀 빡세다.

60이 넘어가고 있는 엄마는 평생 물을 무서워하며 살았다.
신체적 이유를 핑계로 수영은 체념하고 살았던 그는
똑같이 물이 무섭다고 징징거리던 딸이 어느새 다이빙을 하는 것을 보고 수영을 등록했다.
5년 전 세부 여행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도 배에 달라붙어 물에 겨우 떠있던 우리가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한다.
2년 전만 해도 우리 인생에 수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늦은 때라는 것은 여전히 없다.
엄마도 인생의 첫걸음을 딛는 것이 이렇게 많은걸.

준비된 질문에 대답은 언제나 정해지지 않았다.
삶은 하루하루가 반복이었고, 새로운 일은 여전히 막막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어디든.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끝내 그 길 위에 머물기보다는
지도가 없더라도 어디든 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떠날 수 있다는 곳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고,
돌아올 곳은 늘 같은 곳이기도 새로운 곳이기도 했다.

떠나는 것은 늘 두렵고, 선택은 걱정의 연속이었다.
이 선택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끝없이 저울질하고 망설였다.
내 세상에 준비된 때는 여전히 오지 않았고,
그저 해본 것들은 내 세상을 망가트리지도 않았다.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조금 돌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만든 하루하루의 사소한 것들은 나를 쌓아 올린다.

여행은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그것이 영원히 같은 부분일 필요는 없다.
형태와 크기가 달라져도 나에게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서른이 넘으면 어른일 줄 알았는데 맞는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그저, 그냥 살아간다.
그런데 아직 엄마도 본인이 어른인가 고민한다고 한다.
나아갈 곳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다음에는 뭘 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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