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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Dec 11. 2021

혼자 떠나는 연습

며칠 전(12월 4일) 네덜란드로 취업이 되어 떠나는 딸을 배웅하러 혼자 서울에 갔다. 며칠 전 아들의 집들이를 겸해서 딸의 환송회를 했지만 딸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1박 2일 여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딸이 다니던 회사의 마무리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냥 근사한 데서 점심 한 끼 먹기로 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 마침 함께 세계여행을 했던 별이님한테 연락이 와서 저녁에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전국적으로 버스 편이 많이 줄어들었다. 해남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도 아주 일찍과 늦게 밖에 없어서 서두르지 않으려고 광주를 거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망설이다 오전을 보내고 결국 서둘러 일기 한 줄 겨우 쓰고 점심은 외식을 했다. 그리고  혼자  읍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평소에 쌩쌩 달린다고 생각했던 버스는 오늘따라 굼뜨게 움직인다. 버스는 조금 달리다 정거장에 서기를 반복한다. 스멀스멀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정거장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두 시 버스를 못 타면 어쩌지?


버스가 막 터미널에 들어설 때 시간을 확인하니 15분 남았다. 안심해도 좋은 시간이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차창밖을 둘러보는데  2시라는 글자에 반짝이는 노란 불이 들어온 금호고속버스가 눈에 띈다. '옳지 저 차군.' 재빨리 차에서 내려 화장실을 다녀오니 바로 그 차가 홈에 들어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올라탔다. 내가 모처럼 스스로 버스를 예매했던 앱을 열어 멋지게 큐알 코드를 찍고 싶었는데 핸드폰을 이리저리 대봐도 웬일인지 깜깜무소식. 뒤에 들어오는 승객들도 표를 바닥에 대 보지만 역시 무반응. '기계가 고장이군.'  좀 섭섭했지만 예약한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얇은 패딩을 꺼내어 목베개를 하고 머리에 걸쳤던 선글라스를 끼고 눈을 감았다. 아주머니 두 분이 행선지를 서로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소음일 뿐이었다. 


그런데 좀 수상하다. 눈을 떠보니 차가 고속도로에 나가지 않고 자꾸 시내를 다닌다. 내가 우등이 아니라 일반 고속을 타서 완행인 걸까? 의심스러워 사이트에 검색을 한다. 우등과 일반은 자리만 좀 차이 있을 뿐 걸리는 시간은 똑같다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차 정면에 TV 화면이 전혀 켜지지 않았다. 영상도 보여주고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는 화면이 어째 작동을 안 한다. ' 일반버스라 그런가?'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들어 핸드폰에 예약했던 버스의 도착시간을 확인해보니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왠지 버스는 자꾸 속력을 낼 수 없는 도심 속에 있다. 어느덧 이름도 낯선 두 역을 지나 목포역에 도착했다.  '목포를 지나갔던가? 아무튼 이제부턴 고속도로를 달리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내리는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는 내리라고 한다.


 "여기 종착역이에요."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버스기사는 조금 귀찮다는 듯이 내 휴대폰의 예매 큐알코드를 확인했고 선심 쓰듯 보내주었다. 정신없이 차에서 내린 나는 한시바삐 케이티엑스를 타러 가야 했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역에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에 이 상황이 갑자기 재밌어서 목포역을 넣은 사진 한 장 찰칵하고 역으로 들어갔다. ktx는  이동시간이 짧고 차도 자주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발시간이 만만찮다. 간신히 여섯 시 반에 도착하는 표를 살 수 있었다. 그것도 도중에 공주에서 7칸이나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바꿔 타야 하는 조건이었다. 내가 표를 사고 나니 빨간 글씨로 '매진'이라는 글씨가 전광판에 뜬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까 사진을 찍는 여유는 부리지 못했으리라.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타고 편한 마음으로 한숨 돌리려는데 뭔가 허전하다. 웃옷이 없다. 아뿔싸! 버스에서 목베개로 사용하다 당황해서 그냥 내려온 것이다. 



얇은 패딩은 한 여름을 제외하고 거의 내가 애용하는 옷이다. 아주 친한 친구가 세계여행 떠날 때 자신이 입던 것을 준 건데 너무 좋았다. 번갈아 입으려고 비슷한 것을 찾아보았지만 지금껏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서늘한 날엔 얇은 옷 겉에, 추운 날엔 두꺼운 옷 속에 입어도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따스한 날엔 가방에 쏙 집어넣기도 좋다. 


목포터미널이나 금호고속 서비스센터 혹은 분실물 센터를 검색해보았지만 만만찮다. 겨우 어떤 불로거 덕분에 번호를 찾아냈는데 평일에만 통화가 된다고 한다. 일단 잊어버리고 월요일에 해결하리라 마음먹었다. 요새는 분실물을 3개월간 보관해주고 그 사이 없어진 것은 도난신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니 좀 안심이 되었다. cctv덕분에 분실물은 꼭 찾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사이 장이 놀랐는지 배까지 아프다. 


그래도 익산을 지날 때쯤 노을이 참 예뻐서 조금 위로가 된다.


늘 남편과 다니다 보니 나는 거의 따라다녔다. 나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고, 게다가 남편 고향이 지방이라 그렇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데리고 다는 사람과 따라다니는 사람은 점점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원래 성격이 급해 실수가 많은 성격에다 이대로는 점점 더 무능력해져서 다른 사람의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가끔씩 혼자 여행하거나, 내가 여행지를 정해서 남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연습해 봐야겠다. 오히려 새로운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해서 별이님을 만나기까지 또 한 번 지하철 여행. 용산역에서 나와서 4호선을 타러 가는 길에도 불안 반 설렘 반 가슴이  두근두근. 별이님을 만나니 반가움에 긴장과 피곤이 날아가 버린다. 염색도 안 한 긴 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시는 별이님은 전보다 훨씬 젊고 건강해 보이신다. 한 손에는 웃옷을 두고 내렸다는 나를 위해 커다란 옷가방을 가지고 나오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가게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에서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겪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과거의 시간에 순간 이동이라도 해 있는 느낌이다. 헤어지는 시간 지하철에서 서로 반대 방향인데 나를 먼저 보내겠다고 웃옷을 입혀 주신다. 따뜻하다. 웃옷을 잃어버린 덕분에 이야기 한 보따리가 더 생겼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웃옷은 벗어드렸다. 몸도 마음도 따스해졌고 무엇보다 내 작은 옷장엔 자리가 없다. 



금호고속 고객 행복팀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금호고속 서비스센터의 전화 연결 시스템에서 분실물과 고객 불편 사항은 '고객 행복팀'이라는 곳이고 1번을 누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내가 며칠 동안 경험한 바와 현장 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고객 행복팀은 전화를 절대로 받지 않는다. 서울 강남 고속 터미널에서 직원이 알려준 번호 (025306313)로는 신기할 정도로 바로 연결이 되었는데 오히려 내게 하는 말이 "현장에서 직원을 만나면 제발 사이트에 지역 전화번호 좀 올려놓으라고 전해주세요!"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 가보다. 적반하장 내게 불평을 하며 광주 지역전화번호(0623608755) 이 번호는 운 좋으면 연결이 될 것 같다.)를 알려준다. 그러나 역시 통화불능. 맘 단단히 먹고 광주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어디에도 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찌어찌 차 시간에 임박해서야 겨우 직원 한 분을 만나 분실물 접수를 할 수 있었다. (광주의 경우는 터미널 28번에 분실물 센터가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직원은 현장에 거의 없었다.) 직원은 친절했으나 바로 차를 타야 해서 제대로 된 불평도 할 수 없었고 바로 연결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받지 못했다.

해남에 도착해서 다음 날이 되었지만 점심때가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행히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해남 터미널에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예상대로 목포 터미널로 전화해 보라고 한다. 목포터미널은 아예 직원으로 전화연결이 안 된다며 사정을 말하자 개인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분은 열흘간 휴가 중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분의 개인적인 힘을 빌어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금호고속 서비스센터의 전화 연결 시스템에서 분실물과 고객 불편 사항은 '고객 행복팀'이라는 곳이고 1번을 누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내가 며칠 동안 경험한 바와 현장 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고객 행복팀은 전화를 절대로 받지 않는다. 서울 강남 고속 터미널에서 직원이 알려준 번호 (025306313)로는 신기할 정도로 바로 연결이 되었는데 오히려 내게 하는 말이 "현장에서 직원을 만나면 제발 사이트에 지역 전화번호 좀 올려놓으라고 전해주세요!"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 가보다. 적반하장 내게 불평을 하며 광주 지역전화번호(0623608755) 이 번호는 운 좋으면 연결이 될 것 같다.)를 알려준다. 그러나 역시 통화불능. 맘 단단히 먹고 광주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어디에도 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찌어찌 차 시간에 임박해서야 겨우 직원 한  분을 만나 분실물 접수를 할 수 있었다. (광주의 경우는 터미널 28번에 분실물 센터가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직원은 현장에 거의 없었다.) 직원은 친절했으나 바로 차를 타야 해서 제대로 된 불평도 할 수 없었고 바로 연결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받지 못했다. 해남에 도착해서 다음 날이 되었지만 점심때가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행히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해남 터미널에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예상대로 목포 터미널로 전화해 보라고 한다. 목포터미널은 아예 직원으로 전화연결이 안 된다며 사정을 말하자 개인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분은 열흘간 휴가 중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분의 개인적인 힘을 빌어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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