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금요일
오늘 아침에 이불속에서 나온 시간은 4시 반. 어제는 8시부터 잠이 오기 시작해서 9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도 7시간 넘게 푹 잤다. 오늘도 잘 태어났다.
지금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아침식사 준비를 떠올렸다. 식사준비를 하려면 매번 계획이 필요하다. 먹을 음식의 종류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심지어 전 날 잠들 때에도 내일은 무얼 해 먹나 생각하다 잠이 드는 경우도 있다. ) 그런데 새벽사용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간단한 스트레칭 후에 글쓰기다. 매일 아침 글을 쓸 수 있다는 즐거움이 따뜻한 이불속에서도 나를 일으킨다.
3월 7일 목요일 어제일기
나무 옮겨심기
제일 먼저 삼색 병꽃 차례였다. 삽목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를 한 곳에 심었는데 세 나무가 한 나무처럼 잘 조화를 이루며 잘 자라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다른 곳에 심은 나무는 제법 많이 컸는데 이 나무들은 아주 작고 귀엽다. 그냥 놔둘까 나는 망설였지만 광민이 결심하고 땅을 판다. 그런데 땅을 파보니 뿌리가 동그랗게 서로를 감고 있다. 땅 밑이 돌덩이라 내려가지 못하고 서로 엉기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광민이 조심스럽게 잘 분리했고, 뿌리내리기 좋은 곳에 널찍널찍 심어 주었다.
두 번째는 온실에서 키우던 비파나무 옮겨심기다. 작년 지인 집에 비파나무 아래 싹튼 비파 새 순을 가져와 온실 한 편에 심었었다. 가을이 되자 비파가 한 뼘 넘게 자라서 대부분 밭에다 옮겨 심었다. '온실 속 약한 화초'가 되지 않고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성장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대부분 다 죽거나 죽어가는 중이다. 제 어미 곁에 그냥 놔두었더라면 이렇게 참혹하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몰라서 4개 남겨두었던 놈들은 제법 큰 잎을 만들어 내며 팔뚝만큼 자랐다. 3개는 밭에다 옮겨심기로 했고 1개는 온실에 남기기로 했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남아 있으니 온실 속에 자라던 애들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분에 옮겨 심어 놓으니 제법 관상수처럼 멋져 보인다.
백리향 삽수
백리향은 삽수를 만들기 위해 물에 담가 두었는데 100개 정도 만들 예정이다. 광민은 뿌리째 옮겨심기를 하자고 했지만 내가 유투브를 검색해서 알아낸 방법인데 각각 가지를 뿌리내려 심으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번식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는 잔디보다 크라피아나 백리향 토기뿔 민들레 같은 것들로 마당을 채우고 싶다.
잔디 깎을 일도 없으며 꽃도 너무 귀엽고 예쁘다. 무수히 많은 작고 귀여 잎들은 밟고 다녀도 문제없이 잘 산다.
영화감상
모처럼 읍내에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무서운 영화를 싫어하는데 왠지 '파묘'에 이끌렸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등골이 오싹할 영화를 개봉할 일 없다는 예상을 했고, 혹시나 그런 장면이 있더라도 유해진 배우가 무섭거나 무거운 긴장을 해소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아니 감격스러웠고 가슴이 찡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감정이다. 이 시대에 너무 딱 맞는 영화를 만들어 주다니 감독에게 고마웠다. 이런 영화가 더 이상 고마운 마음까지 드는 게 이상한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