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요즘은 나도 정원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광민이 큰 삽을 이용해 단박에 정원의 풍경을 바꿔놓는 것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정원 일'이라 부를 만큼 거창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정원을 심는 중이다. 손가락 만한 로즈마리들을 심으며 로즈마리 정원을 상상하고 , 광민이 삽목 한 나무에 종이 박스와 돌로 멀칭을 하며 멋진 삼색나무 가로수길을 떠올린다.
오늘은 정원과 마당 여기저기에 쑥이나 가시 덩굴을 파 낸 자리에 딸기를 한 두 개씩 심었다. 딸기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겨울에도 싱싱한 잎이 예쁘고 키도 작아서 정원이나 마당을 덮어도 좋을 것 같아서다. 나는 뻔하지 않는 의외성을 좋아한다. 정원이라면 떠올리는 잔디밭은 내겐 너무 식상하다. 그 대신 쿠라피아나 토끼풀 민들레 같은 것들이 꽃도 예쁘고 잔디깎이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원과 마당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작은 풀들이 따로 또 같이 잘 어울리며 지낸다.
언젠가 지인이 우리 마당에 번지고 있는 이름 모를 지피 식물을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자신의 정원에선 퇴출시키기 위해 엄청 힘들었는데 이 집에서 이렇게 대접받으며 이쁜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마을 아짐들은 우리 집 풀들을 보시면 본능적으로 뽑으시려 한다. 농사로 살아오신 그분들 입장에서 그들은 죽여도 죽지 않는 적군이었으리라.
나는 함께 잘 사는 작은 풀들을 좋아한다. 마음껏 자라게 하면 동그란 모습으로 자기 영역을 확대시켜 나간다. 그러다 다른 풀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자기만 살겠다고 다른 녀석들을 덮어 버리거나 괴롭히는 녀석들만 적당히 제거해 주면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힘을 합해 괴롭히는 녀석들이 들어 올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게으른 정원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예쁘고 멋진 정원을 꿈꿀 수 있게 된다.
내가 심고 있는 것들은 우리 집의 험악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은 것들이라 그들의 생명력을 믿고 있다. 보다 멋지고 좋은 꽃과 나무들도 있겠지만 나는 주로 우리 집 주면에서 잘 살아남은 것들을 좋아한다. 따로 돌보지 않아도 자기 주도 적으로 잘 살아가는 그들을 거의 공짜로 그저 감탄하고 즐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듯 정원을 심으면 정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