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그리스로


12월 4일 화요일 저녁 7시 23분


지금은 이탈리아 아드리아해의 폴리나노 아 마레 바닷가에 있다.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광민이 바리에서 아주 가까운 바닷가 마을로 와주었다. 작은 배로 고기잡이 하는 어부도 있고,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파는 가게도 있다. 조금 걸어서 큰길로 나서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고 거리를 제법 많이 꾸며 놓았다.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인 것 같다.


지금 머물고 있는 바닷가는 최고의 휴식처다. 노란 들꽃이 흐드러진 초록 들판 우리 집 앞에는 드넓은 바다와 예쁜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산책길에 작은 고깃배도 보이고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도 이 마을 사람이 된 거 마냥 느릿느릿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는 세 달 만에 언니에게 긴 소식을 전할 수 있었고 성두,선영에게도 사진 몇 장을 보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한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편안한 이곳에서 그리스로 떠나기 위해 세 번이나 요리를 하였다. 새로운 곳에 가기 전에 냉장고를 모두 비우고 여행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안전하게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니까.


20181203_144804.jpg
20181203_144755.jpg
20181203_160028.jpg
IMG_0842.jpg
20181204_113606.jpg
IMG_0770.jpg
IMG_0694.jpg


12월 5일 수요일


그리스로 가는 배

우리 앞에 그리스로 가는 커다란 배가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어 조금 불안하다. 그래도 이탈리아의 현란한 저녁노을이 우리를 배웅한다. 이제 저 배로 들어갈 시간이다. 안내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기다리라고만 했기 때문에 누군가 우리에게 올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 배 안에 들어가야 하나 보다. 우리와 같이 파트라스라고 쓴 딱지를 붙인 승용차 한 대가 배 쪽으로 가는 것이 보여 광민에게 따라가자고 했다. 그러나 커다란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 사이로 들어가 버려 차를 놓치고 말았다.


길을 물으려고 차를 세우는 우리를 향해 빨간 조끼를 입은 안내원이 무조건 수신호로 방향만 가르쳐 준다. 그러나 아무 곳에도 입구를 찾을 수 없다. 드넓은 터미널을 커다란 컨테이너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사이 날은 아예 깜깜해졌다. 진땀이 난다. 가끔씩 우리처럼 헤매고 다니는 차들도 눈에 띈다. 몇 번의 방황 끝에 광민이 불도 켜지 않은 채 숨어있는 입구를 드디어 발견했다. 우리 차는 맨 앞으로 가고 커다란 차들이 우리 차를 둘러싼다. 커다란 차들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쪼그라든다. 운전하는 사람이 우리를 보지 못해서 자칫 차바퀴에 깔려버릴까 봐 두렵다.


객실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많지 않다. 몇몇 사람들이 의자를 몇 개씩 차지하고 잘 준비를 하거나 누워있다. 우리도 맨 뒷좌석에 잠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잠자기에 이른 시간이라 밖으로 나가 본다. 배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화장실을 발견했지만 샤워실이 없다. 이런 배에 샤워실이 없을 리가 없다. 자세히 보니 우리 객실 문 옆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제공된다는 표시가 작게 붙어 있다. 다시 둘러보니 이제 보인다. 들어가 보니 공간이 넉넉하고 따뜻한 물도 나온다. 그런데 아무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광민은 샤워시설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리스에 가서 바로 숙소를 가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따뜻한 샤워도 한 데다 생각보다 편안한 잠자리에 흐뭇하다. 그리고 아침 해. 오랜만에 맞이 한 아름다운 일출까지. 완벽하다.


IMG_0893.jpg
20181205_183414.jpg
IMG_0917.jpg

이탈리아 안녕.

이제부턴 그리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탈리아의 마지막 선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