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히 짜인 상담 일정표.
학부모님. 서른 분과의 만남.
과연 나는 이 일정을 잘 마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다.
체력을 아끼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도 마이크를 쓰며
목을 아꼈고
집에서도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아프면 안 된다.
공강과 방과 후
시간 가득
상담 일정을 적어본다.
학생과 상담한 내용을 펼쳐두고
학생들의 평가 내용을 확인한다.
휴직으로 인해
코로나 이후의 대면 상담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1~2일 차.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학부모 상담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응원의 말씀 덕에
힘이 났다.
힘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3~4일 차.
안 그래도 상담했으면
했던 학부모님께서 상담을 신청하셨다.
우려했던 부분을
마음 상하시지 않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귀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많이 피곤했다.
5일 차.
오늘을 어찌 버틸까.
아침부터 염려되었다.
감사의 인사
내가 알지 못했던
아이의 고마운 마음을 듣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지막 여섯 분의 상담을 끝으로
일정이 끝났다.
아이가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고 좋아합니다.
첫날부터 책에서나 볼 법한 선생님을 만났다고 좋아했어요.
선생님이 아이를 아껴주시는 마음을 아이가 느끼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상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담임이시라며 좋아해요.
칭찬은 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사에게도 필요하다.
힘들고 바쁜 일정을 이겨내는 힘이었다.
좋은 말들을 듣고 보니
한편으로
귀 막고 눈 가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목소리 내지 못하신 마음까지 생각하는
교사가 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