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모르는 남자

그 남자 어디갔나.

by 경주

17년전 겨울.


왜 그렇게 추워하면서 치마를 입어?



나는 체형이 바지보다 치마가 어울려.



코트 말고 패딩 입으면 안돼?



패딩은 부해보이잖아.

코트 입어야 맵시가 있지.




그와 나는 한강변을 걸었다.


나의 코트 위로 그의 코트가 덮어진다.



왜 이래?



너 추울까봐.



괜찮아.

괜찮으니까 이렇게 입었지.




추워하는 게 보여.

내가 볼 수가 없어.

입어.



나의 코트 위에 겹쳐진 그의 코트 위에 다시 그의 가디건이 올라온다.



괜찮다니까.



아직도 떨잖아.




사람들이 나 욕해.

너 지금 반팔이야.




무슨 상관이야.
남들 눈은 그렇다쳐도

너 감기 걸려.




경주야,

나는 산삼을 먹었어.

추위도 더위도 안타.













그로부터 10년 후 겨울


북악산 스카이웨이.


한강변에서 느꼈던 칼바람.


그날이 기억난다.


괜시리 그에게 말해본다.



오늘은 나 안 추워보여?


어.


나 추운데?
(사실 안 춥다. 두꺼운 패딩을 입었다.)


그래?

(겉옷을 벗으려 하다가)
아이 춥다.

내가 방금 옷을 벗어줄까 했거든.

어휴, 안돼.

그러다 큰 일나.

너무 춥다, 야.



당신은 산삼을 먹어서
추위를 안 탄다며?




아휴, 먹긴 먹었어.

그런데 이렇게 바람이 찬데 춥지.

아유 춥다.

이거 목도리 해줄게.

얼른 우리집에 가자.





따뜻한 우리집이 최고긴 하지.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안 추웠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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