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을 잘하는 남자(고기에도, 나에게도)
그 고기, 묘하게도 나와 겹친다
주말이 되면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거나 마트에 간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마트에서 남편이 선별한 고기를 데려와 포식한다.
남편이 고기를 고르는 과정은
꽤 까다로운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참을 가판대 앞에서
고기를 노려보다 드디어 하나 사냥한다.
이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구나.
남편의 염장 실력은 기가 막히다.
뿐 아니라 굽는 실력도 좋다.
고기 냄새가 나면 먹지 못하는
나와 딸을 위해
간 마늘과 버터를 넣고
내가 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대파와 버섯도
구워준다.
얼마 전 아빠 생신에 간 호텔에서 먹은 스테이크보다
나는 우리 남편의 고기가 더 맛있다.
그는
고기를 적절하게 굽고
내가 좋아하는 크기로 잘라
내 입에 넣어준다.
아들과 딸 입에 넣어준다.
고기 좋아하는 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입 짧은 딸도 이 날만은 좀 먹는 편이다.
그는 말한다.
저렴한 고기로도
최상급 맛을 내는 비결이
바로 염장이라고.
요리 전문가 흉내를 내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아르헨티나 출장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
셰프의 염장 기술을 보았다며
잠시 본 것을
마치 요리 학교라도 다닌 냥
의기양양하다.
고기 굽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마트에 가면 굉장히 열심히 고기를 고르고
정성껏 염장하는 그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멋지게 구워낼 때
우리는 경건하게 식탁에서 기다려야 한다.
(안 그럼 화를 낸다.
본인이 원하는 딱 그 시각에
우리가 먹어줘야 한다.)
오늘도
염장되는 고기.
그런데
묘하게도
얌전히 놓인 그 모습이 누군가와 겹친다.
남편은 내게 거절의 말을 한 적이 없다.
쓰레기 좀 버려줘.
응!
(다음날에도 그대로다.)
여보, 우리 청소 좀 할까?
그러자!
(잠깐 마트에 다녀와서 하자더니 마트에 다녀와서는 식사 이후로 미루고 결국에는 잠을 자더니 출근을 한다.)
여보, 있잖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해.
(드디어 참고 참았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서문을 열었다. 쓰레기 버리기가 신뢰와 불안, 안정감 있는 결혼까지 나아가는 긴 이야기의 시작.)
응.
쉽게 말해주세요.
나 못 알아들어.
(빙그레 웃으며 애교를 부린다. 어이가 없어 쳐다보는데 그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도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말을 시작하자마자 더 이상의 말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드는 스킬을 구사한다. 최소 10분짜리였는데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저어.. 저. 기. 호... 옥... 시, 천재 아닐까..)
...
그에게 염장이 되어
구워지고 있는 고기......
너에게 왜 내 모습이 보이는 거니...?
남편의 좋은 소고기 고르는 법
1. 살코기는 선명한 윤기 있는 선홍빛, 지방은 선명한 유백색
2. 마블링이 얇고 고르게 퍼져 있는 자태
남편이 소고기 염장하는 법
(고기 상태에 따라 다름)
1 소금물에 식초 설탕 청주 등을 넣어 숙성
2 혹은 소금 올리브유로 마리네이드
3 혹은 소금만으로 염장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 후추나 스테이크시즈닝은 사용하지 않음
남편의 소고기 굽는 법 (고기 상태에 따라 간 마늘 버터 등을 추가)
한쪽 면을 바삭한 느낌이 나도록 오래 익히고
다른 면은 살짝만 익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