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애매한 패션 센스

어설프게 있느니 없는 게 낫다

by 경주

그의 옷장에 소중하게 놓인


그가 한 달 전 구매한 양말.


그 양말은 나를 20년 전으로 이끈다.







잘생김을 깎아먹는 그의 패션 센스


기가 막히다.


난 처음에 그를 보고

그의 잘생김을 몰라봤다.


아무도 몰랐을걸?


성인 남자가 멜빵바지 입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림을 위해

무심코 입은 작업복 같은

그런 미대 오빠의 멋진 감성

절대 아니다.


2000년 내가 처음 본 그것은

최대로 멋 내서 입은 성인 남자의 멜빵바지.

그것도 7부로.


와...

진정 처음 봤다.

당혹.


7부 멜빵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흰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줄무늬의 양말을 한껏 올려 신어


긴 다리를 짧아보이게 하는

엄청난 패션 센스를 발휘한 그.


사귀게 된 이후에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옷을 입고 MT에 올 수 있었냐고.


그러자 어마어마한 자부심으로 말한다.

매우 비싼 아이템들이었다고.


나름의 패션 철학을 펼치며

상당한 코디였다 말한다.


그날 혼자만 만족했는 줄도 모르고

여전히 자신의 패션센스를 극찬한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자부심 가득한 말투로

흥분한다.


음.

음.

그래.

그래.



난 사실 너에게는 친구가 없나 보다 생각했어.

절친이 있다면 너의 그 패션에 대해 직언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음.

근데 친구들이 왜 더 말하지 못했는지 알겠다.


너의 자부심.

어마어마하구나.


그런데

부탁이야.


그 패션 센스

제발 그냥 넣어두면 안 될까?


그냥

면티에 청바지

남방에 면바지면


잘생김이 흐를 텐데


왜 낭비해.

왜.

왜.


음.

음.

음.


그래.

그렇지.

그래서 나한테까지 차례가 올 수 있었나 봐.






그가 사랑하는 스트라이프의 역사


스트라이프는 한때 악마의 무늬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과거 이슬람교도들이 스트라이프를 입고 유럽을 방문하였고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스트라이프로 이어진다. 그래서 주로 범죄자나 정신병자, 매춘부 등에게 강제로 입히는 등 하층민을 상징하는 패턴으로 자리 잡는다.

이후 미국 국기, 프랑스혁명에서 스트라이프가 사용되면서 스트라이프 패턴은 독립과 자유의 상징으로 이미지 전환을 맞는다.


프랑스 해군의 유니폼(선장은 무지 옷, 선원은 스트라이프 옷)으로 사용되거나 작업복으로 사용되던 스트라이프는 이후 남프랑스의 바캉스룩으로 사랑받고 유명인 및 브랜드에서 출시되게 되면서 패션 아이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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