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완벽에 가까운. 나의 편.
너를 사랑하는 이유
남편과 싸운 날이면 이 질문이 나를 괴롭혔다.
왜, 왜, 왜 난 너를 선택한 걸까.
왜, 왜, 왜 난 너를 사랑한 걸까.
내가 어렸다.
내가 미쳤었나 보다.
내가 어리석었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던져두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난 너무 어린 시절부터 철들어 있었고
늘 긴장하고 살았고
늘 고민하고
또 계획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모든 사람이 보기에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완벽한 남자가 있을까.
자신의 남편을 완벽하다 여기는 아내들이 분명히 반기를 들 것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그녀에게만 완벽한 그가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내게 꼭 맞는 사람은 있다는 것.
그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재치, 여유, 건강함이 있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함
매 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치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기지
무엇보다 나는 그의 다정함이 좋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면
나를 업고 거실을 걸어주는 그가 좋다.
말도 안 되는 춤을 추고 있는 그가 좋다.
함께하는 여행에서 기분이 좋으면
그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스위스 같다는 둥 파리 같다는 둥
들떠하는 모습이 귀엽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그가 좋다.
출장을 가면 미안해 어쩔 줄 모르며
집에 가면 뭐든 해주겠다고 하더니
집에 오면 피곤하다고 잠만 자는 그가 귀엽다.
내게 잘해주고 싶다고,
내게 자유를 주고 싶다고,
나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어마어마한 공약을 늘어놓으며 결혼하자던 그.
당연히 지켜지지 않은 그 공약을 붙들고
그를 참 많이도 괴롭혔다.
그도 나도 어렸다.
그는 신이 아니었고
당연히 그는 나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없었다.
그건 내가 얻어내야 했던 것.
그걸 깨달은 지금.
그는 내게 충분한 사람이다.
내게는 완벽에 가까운.
* 그와 사이가 힘들 때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불편했다. 가식같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 생각해도 힘든 상황이었다. 나도 그도 여전히 뜨거웠고 또 어렸기 때문에 더 힘들게 몰아치며 서로를 괴롭혔다.
6년의 연애를 하며 이제 겨우 서른을 맞이한,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우리. 그리고 우리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으셨던 부모님들. 거기다 서둘러 태어난 아이 둘로 뒤죽박죽이었던 나날.
어른이 되어 만나지 못하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어른이 된 우리. 그 진통을 이겨낸 오늘이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