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을 몰라주는 남자

꽃이 싫다고 왜 말을 못 하니?

by 경주

남편이 자꾸 꽃을 사 온다.


음...

저거 시들면 내가 버려야 한다...

저 돈이면...

곧 쓰레기가 될 저것보다는

이왕이면 먹어 없앨 수 있는 것이 낫지 않나...


아니다. 아니다.

이건 너무도 삭막하다.


미소를 지어보자!

향기도 맡아보자!

최대한 웃어보자!


남편이 아이들에게 말한다.


엄마 좋아하는 거 봐.

꽃 자주 사줘야겠네.


어랏?



그는

양재 꽃 시장에 들러

싱싱하고 예쁜 꽃다발을 사 온다.

어느 날은 호텔에서 세련된 꽃다발을 사 온다.


이제 말할 때가 되었다.


꽃이 예쁘다.

향기도 좋고

그런데 시들어버리는 걸 보고 있자니
좀 쓸쓸해.

그렇다고 조금 시들거린다고
바로 버리기도 그렇고

진심이다.

꽃은 대체 언제 버려야 하는 걸까.


나는 꽃이 가장 찬란한

그날의 모습이 아른거려 잘 버리지 못한다.


가끔 오는 엄마가

이제 좀 버리라고 재촉하면 그제야 버린다.

향기가 가득한 예쁜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다

그것을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 과정은 슬펐다.


그가 사 온 꽃이 시들어갈 때쯤

퇴근한 남편 손에 꽃이 들려있다.


경주야,

시들지 않는 꽃을 찾았어!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목화와 안개꽃으로 구성된 드라이플라워이다.


꽃보다는

다른 것을 선물 받는 것이 더 좋았던

나는

시들지 않는 꽃을 찾고선

함박웃음을 짓는

그 앞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더 이상 꽃은 사 오지 않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겐 완벽에 가까운. 나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