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을 편지. 남편에게

읽지 않을 것을 아니까 쓴다

by 경주

출장을 가면

또 결혼기념일이 되면

또 나의 생일이면

또 12월이 되면

나에게 편지를 써주는

다정한 나의 남편에게


나는 아마도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않은 지

십 년은 족히 넘은 것 같아.


답장도 없는 편지를 십 년 넘게 쓰고 있는 당신.


당신은 내가 바라고 꿈꾸던 남편이 맞아.

(물론 매 순간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래.)

고마워.


나는 당신이 바라는 아내일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2010년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의 쉼도 없이 달려온 당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던 철없는 당신이

이렇게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할 줄은 모르셨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시더라.


회사가 힘들면 쉬어가자고 한 내 말에

당신은 괜찮다고 일하는 것이 재밌다고 말해줬어.


많이 힘들 텐데...

이제 멋진 남자 그만하고

편안하게 살아.



당신이 말했어.


" 너는 좋겠다.

아이들이 너를 그렇게 사랑해 주니까."


내가 말했지.


" 아이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나는

당신을 가장 사랑해.

그러니까 외로워하지 마. "


당신이 말했지.


"거짓말하지 마"


내가 말했어.


" 들켰네"


마주 보고 웃으며 우리의 대화는 종료.




그때 하지 못한 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조금 달라.


그 다른 사랑의 세계에서

내 마음속 1등은 당신이 맞아.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

태생적으로 무거운 나는

당신이랑 있을 때에 가장 가벼워져.


그 어떤 순간도

즐겁게 만드는

당신의 행동과 말투.


그게 당신과 결혼한 이유이고

그 이유로 나는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


가끔 남극에 가서 살 거라고

말하는 당신.


이유를 물으면

추워서 내가 못 따라갈 거 같아서라고

말하는 당신.


남극에 가면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줄

편지를 보내겠다는 당신.

(당신은 편지를 참 좋아하나 봐.)


다녀와.

기다릴게.

(나도 뭐 껌딱지가 되고픈 나이는 아니야.)


그 시절의 나를 견뎌주어서,

아직은 남극에 가지 않고

내 곁에 있어주어서,

고마워.




남극을 닮은 강원도에서

참... 여보!

남극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거기서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래.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는 세종, 장보고 상설기지

두 곳이나 운영 중이라네.

연구, 의료, 기계 설비,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대.

파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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