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정산 2025_탄산수

by 경이

올해 내가 이룬 것 가운데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은 ‘술을 끊은 것’이다. 작년까지 나는 술을 많이 마셨다. 술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왜 좋아했는지 생각해 보면 술에 의존하는 면이 컸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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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 찌는 것에 예민하다. 나는 살 찌는 것을 술로 방지했다. 주로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를 마시면 포만감이 들었다. 배고픔이 가셨다. 나는 안주를 안 먹는다. 밥을 먹으면 늘 폭식으로 이어졌고, 배가 부르니 술을 마시지 않았다. 폭식은 살 찌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는 저녁을 먹는 대신 술을 선택했다. 술로만 배를 채우니 살이 빠졌다. 헐렁한 바지 핏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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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으면 우울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강박이 덜해지고 생각이 더 유연해지는 거 같았다. 글이 잘 써졌다. ‘오늘은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술 생각부터 났다.

술잔을 옆에 두고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이제 나는 술 없이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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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나는 내가 왜 술에 취약한지 알게 됐다. 근본 원인을 알고 치료를 시작했다. 술에 대한 욕구가 점점 줄었고, 마시는 술의 양도, 술을 마시는 날도 점점 줄었다. 올해 2월 말부터는 술을 입에도 안 댔다. 대신 탄산수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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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 대신 맹물을 마시면 더 좋겠지만, 지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술보다는 탄산수가 훨씬 낫다.

이제 나는 탄산수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한번에 몰아서 먹는 습관은 다 고치지 못했지만, 폭식을 하더라도 먹는 양이 확실히 줄었다. 무엇보다 음식의 질이 좋아졌다. 과자는 남이 줘서 예의상 먹는 경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라면도 안 먹는다. 되도록 가공을 덜 거친 음식을 먹는다. 딸기 요거트가 먹고 싶으면 만들어 먹는다. 냉동 딸기로 딸기 잼을 만들어,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 먹는다. 빵이 먹고 싶으면 동네 빵집에 간다. 단순한 재료로 단순하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빵을 먹는다. 공산품을 먹어야 할 때는 첨가물이 되도록 적게 들어간 제품을 고른다.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제품보다 비싸지만, 감칠맛도 덜하지만, 외계어 같은 온갖 화학물로 내 몸을 채우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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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술 광고나, 술을 맛있게 마시는 캠핑 영상을 봐도 따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마트의 술 코너, 과자 코너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다. 아직 식습관을 완벽하게 고치진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많이 나아졌다. 정말 대견한 변화다.

가끔은 무섭다. 과거의 나로 돌아갈까 봐. 그럴 때 생각한다, ‘나를 믿자.’

나를 믿는다고 괜한 시험대에 스스로를 올리지 말고, 내년에도 ‘무조건’ 나를 잘 돌보자. 나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나를 많이 아껴 주자. 지금의 나, 잘하고 있다. 암요! (2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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