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멋진 세계(2020) 감상평
군대에 있을 때였다. 운이 좋게도 군대에서 영화 DVD를 많이 볼 기회가 있었고, 2년 동안 본 영화가 100편은 넘었을 것이다. 그중에 니시키와 미와 감독의 유레루(2006)가 있었다. 오다기리 죠와 카가와 테루유키가 나온. 지금도 장면 장면이 생각나는 명작이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영화를 요약 소개하는 영상을 보다, 야쿠쇼 코지 주연의 멋진 세계(2020)를 보았다. 야쿠쇼 코지에 흥미가 동해 찾아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유레루의 감독, 니시키와 미와 감독의 작품이었다. 다행히도 IPTV에 있어 바로 결제하고 보았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잔잔하지만 단단하고 섬세한 결의 일본 영화였다. 니시키와 미와 감독은 여전히 영화를 잘 만들었고, 당시 65살이던 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정말 빛이 난다. 퍼펙트 데이즈(2023)에서는 평온하고 내성적인 화장실 청소부를 연기했던 그가, 여기서는 다혈질적이고 순수하고 조금은 어리숙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 마사오를 연기한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간결하다. 13년 만에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 마사오가, 60세의 나이에 몸도 마음도 늙고 지친 가운데 일본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 그 가운데 미카미를 방송으로 내보내려는 다큐 감독이 그를 맴돌면서, 영화는 조금 복잡 다단하게 나아간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60대의 삶 중 30년 가까이를 감옥에서 보낸 중년의 남자가 새롭게 마주하는 사회와 계속 부딪히고 마찰하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이 있다. 1990년에 간행된 것으로 제목은 '신분장(身分帳)'이라고. 신분장은 한국어로는 신분대장, 신분 기록부를 의미하는데, 정확히는 감옥에서 죄수가 어떻게 살아왔고 감옥에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그의 전체적인 삶을 기록하는 기록부를 말한다. 미카미는 출소 후 고아원에서 헤어진 자신의 엄마를 만나고자, 자신의 신분대장을 방송사에 보내면서 '엄마를 찾아달라' 요청하고, 그걸 받아 든 다큐 감독이 미카미를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그런데 2020년 개봉한 작품에 스포일러 경고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는 미카미의 다혈질적인 성격, 그리고 그가 '중증 고혈압 환자'라는 것이다. 내가 의학적 지식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미카미가 버럭 화를 낼 때마다, 그의 고혈압이 심해지면서 그때마다 그는 쓰러지거나 심장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한다. 원래도 다혈질인 그지만, 사회가 그를 분노하게 할 때마다 그는 죽을 고비를 겪는 것이다.
그것이 관객을 불안하게 한다. 언제 미카미가 쓰러질지 모른다는 것. 그를 진찰한 주치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경고하는데, 그것이 더 이 영화의 결말을 불안한 예상으로 채운다.
그 불안은 어느새 해소되는 듯 보였다. 그는 좌충우돌 끝에 사회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직업도 갖고, 분노할 때마다 혈압강하제를 먹으며 몸을 다스린다. 다큐 감독과 사회 복지사, 동네 마트 사장 등이 모여 그의 첫 취직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단 참아라. 부당한 일이 있어도 눈감고 흘려보내라.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너만 잘 살면 된다.'라고 그에게 신신당부한다.
새롭게 얻은 직장인 노인 요양원에서, 다른 요양보호사가 정신지체가 있는 요양보호사를 때리고 괴롭히며 왕따(집단 따돌림) 시키는 것을 본다. 미카미는 성질대로 다 때려 부술까 하다가, 참는다. 혈압강하제를 먹고 겨우 참는다.
그렇게 퇴근하려는 길에, 정신지체가 있는 요양보호사가 그에게 코스모스 화분을 건네준다. 태풍이 오기 전에 꽃들이 죽지 않도록 뿌리째 옮겨왔다는 말과 함께.
비바람이 치는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 미카미는, 다시 고혈압 발작을 겪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는 고혈압 약 대신에 받아온 코스모스를 손에 쥔다. 마지막 숨을 들이켜 코스모스의 향기를 맡고는, 그대로 죽는다. 이는 우아한 자살처럼 보인다. 멋진 세계와 작별하는 멋진 안녕처럼 보인다.
좋은 영화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카미의 선택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자살로 보인다. 고아원 기록을 뒤지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고아원에 가보니 기록은 모두 폐기하고 없었다. 엄마는 날 버린 것이 틀림없다. 엄마를 찾을 길도 없다. 나이는 60대. 그는 여기저기에서 돋아난 절망에 빠진다.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그에게, 그를 응원해 주는 지인들이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고, 부당한 것을 보고도 참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는 끝내 거부한다. 단순한 사회 부적응자의 지병에 의한 죽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회와 불화하는, 순수하고 고집스러운 남자의 자살로 보인다. 그는 그저 그런 범죄자 혹은 한심한 패배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못은 오직 그에게만 있을까. 영화는 그 질문과 코스모스를 합쳐 보여주며 끝맺는다.